경찰 “김경수가 드루킹에 직접 기사 10개 URL 보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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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대선 당시 경선 후보에 대한 기사 주소(URL)를 김모(49ㆍ필명 ‘드루킹’)씨에게 직접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포토ㆍ뉴스1]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대선 당시 경선 후보에 대한 기사 주소(URL)를 김모(49ㆍ필명 ‘드루킹’)씨에게 직접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포토ㆍ뉴스1]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경선 과정에서 기사 주소(URL)를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의 주범인 김모(49ㆍ필명 ‘드루킹’)씨에게 직접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은 지난 16일 두 번째 해명 기자회견에서 “후보에 관해서 좋은 기사, 홍보하고 싶은 기사가 올라오거나 하면 보내고 했다”며 “그렇게 보낸 기사가 드루킹에게도 전달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 이번 경찰 조사에서 입증된 셈이다. 이는 “드루킹이 문자를 일방적으로 보내왔다”는 지난 14일 기자회견과는 상반되는 내용이기도 하다.

19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김 의원은 2016년 11월부터 올해 3월 사이에 텔레그램을 통해 김씨에게 메시지 총 14건을 보냈다. 경찰은 “메시지 14건 중 10건이 기사 주소였다”고 밝혔다. 이에 김씨는 “알겠습니다” 등으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앞서 경찰이 수사 상황을 브리핑할 때 ‘김 의원은 김씨의 메시지에 의례적인 답만 하고 대부분 읽지도 않았다’고 했던 것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김 의원이 소극적으로 메시지를 읽거나 의례적 내용의 간단히 답변만 한 것에 그치지 않고, 특정 기사 링크를 알려주는 적극적인 행위로 나아간 것이라는 점에서 공모 또는 지시ㆍ보고 여부나 의견 교환 등을 확인할 주요 수사 단서다.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은 김씨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한 지 약 한 달이 지난 뒤인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김 의원은 (김씨가 보낸 메시지를) 대부분 확인도 안 했다”면서 “의례적으로 ‘고맙다’ 정도만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 경찰 수사에 불신을 제기하거나 특검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김 의원이 김씨에게 기사 주소를 보냈던 것은 수사 보안 때문에 공개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어떤 기사를 보냈는지 20일 오전에 공개하겠다”고 해명했다.

김 의원 스스로 기자회견에서 이미 이와 관련된 내용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경찰 브리핑 내용이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경찰이 이 사건 수사와 관련해 뒤늦은 계좌추적이나 압수수색에 이어 논란을 자초하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김 의원의 해명대로 후보 관련 좋은 기사 홍보를 위한 것일 가능성도 있지만, 김씨에게 기사 주소 URL을 직접 보낸 것이 확인되면서 이른바 ‘좌표’를 찍어 기사를 인위적으로 부각되게 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날 김 의원은 “당당하게 조사받겠다”며 경남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김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남지사 선거에 출마를 선언하면서 정쟁중단을 위한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고, 필요하다면 특검을 비롯한 어떤 조사에도 당당히 응하겠다”고 말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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