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최악은 피했지만, 미국 수출 많은 업체 타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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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일 백악관에 철강사 대표들을 모아놓은 자리에서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수입규제안에 대해 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일 백악관에 철강사 대표들을 모아놓은 자리에서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수입규제안에 대해 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수입 철강 제품에 25%, 알루미늄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내 철강업계는 "최악은 면했지만,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규제안은 당초 거론된 한국·중국 등 12개국의 철강 제품에 53% 관세를 부과하는 안보다는 관세율이 낮아졌다. 또 특정 국가에만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언급도 없었다. 최악의 상황은 면한 셈이다. 하지만 철강업계는 안심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미국 현지 투자 법인의 철강 소재 공급 차질은 물론 자동차·가전 등 철강 소비재 가격 상승에 따른 피해도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대제철 관계자도 "미국 수출 비중은 4% 안팎으로 큰 편은 아니지만,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최종 결정이 나온 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정부와 함께 적절한 대응책을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30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1고로에서 직원들이 고로를 막고 있던 흙담을 뚫자 누런 쇳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이 제1고로는 지난 1973년6월9일 한국 최초의 쇳물을 토하며 한국 철강신화의 서막을 올린 곳이다.3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규모만 작을 뿐 세원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공장 내부는 깨끗했다.포스코의 일관제철소 설비 가동 1년만에 당시 투입된 외자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는 242억원의 흑자를 실현했었다.

30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1고로에서 직원들이 고로를 막고 있던 흙담을 뚫자 누런 쇳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이 제1고로는 지난 1973년6월9일 한국 최초의 쇳물을 토하며 한국 철강신화의 서막을 올린 곳이다.3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규모만 작을 뿐 세원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공장 내부는 깨끗했다.포스코의 일관제철소 설비 가동 1년만에 당시 투입된 외자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는 242억원의 흑자를 실현했었다.

특히 국내 철강업체 중에서도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유정용 강관(원유·천연가스 채취용 강철 파이프)이나 송유관 등을 수출하는 철강업체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기준 유정용 강관은 99%, 송유관은 80% 안팎의 생산량을 미국 시장에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국제 유가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면서 미국 셰일오일 개발 사업이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세아제강·넥스틸·현대하이스코 등이 관련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동국제강 등 대형사들의 지난해 기준 미국 수출 비중은 3~4%인 데 비하면 강관 생산 업체들이 이번 관세율 인상의 직접적인 영향권이다.

한편 미국의 철강제 수입 규제가 오히려 한국 철강사들에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산 철강의 가격 경쟁력은 다른 나라 제품보다 높기 때문에 전체 수입품 가격이 오르면 미국 시장에선 상대적으로 저렴한 한국 제품을 찾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미국의 관세 부과로 글로벌 철강 가격이 동반 상승하게 되면 철강업체로선 미국 이외의 세계 시장에서도 가격 인상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리한 국면을 맞게 된 미국 철강업체들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생산시설 증설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라며 "이들 역시 철강 제품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커 한국 철강사들의 가격 경쟁력은 보존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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