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표단 앞에 등장한 미국산 쉐보레 미니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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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10시15분 경기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 이날 오후 평창 겨울올림픽 폐막식 참석을 위해 방한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일행이 모습을 드러냈다. 관심을 끌고 있는 최강일 북한 외무성 부국장은 대표단 맨 뒷쪽에 서서 이동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평창동계올림픽 폐막행사 참석을 위한 북측 고위급대표단이 25일 2박 3일 일정으로 방한했다. 이들을 태운 차량이 경기 파주시 전진교를 빠져 나오고 있다. 김영철과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은 국산 고급 세단을, 나머지 6명의 지원인력은 미국산 미니밴을 이용했다. [사진 연합뉴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평창동계올림픽 폐막행사 참석을 위한 북측 고위급대표단이 25일 2박 3일 일정으로 방한했다. 이들을 태운 차량이 경기 파주시 전진교를 빠져 나오고 있다. 김영철과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은 국산 고급 세단을, 나머지 6명의 지원인력은 미국산 미니밴을 이용했다. [사진 연합뉴스]

북한 대표단을 태우기 위해 CIQ 출입문 앞에 대기 중인 차량들 가운데 눈에 띄는 차량 한 대가 보였다. 미국의 쉐보레 미니 밴이었다. 연예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미니밴이 남북교류의 현장에 등장한 건 이례적이다. 정부 당국자는 “일반적으로 북측 대표단장은 고급 세단을 이용하고 지원 인력들은 미니 버스나 대형 버스를 이용해 왔다”며 “공식적으로 방한한 대표단이 미니밴을 이용하는 건 흔치 않은 경우”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최근 방한한 북측 대표단은 대부분 국내 브랜드의 고급승용차와 버스를 탔다.

때문에 북미 접촉에 주력했던 정부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보좌관 일행을 의식해 김영철 일행에게 미국산 차량을 제공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대해 당국자는 “김영철 부위원장과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에겐 고급 세단을 제공했다”며 “나머지 6명의 북측 지원인력을 위해 버스를 제공하는 것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영철과 이선권은 제네시스 EQ900 승용차를, 지원 인원 자격으로 온 김성혜 조평통 서기국 국장과 최강일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 등이 미니밴을 이용했다.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가운데)과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오른쪽) 등 북한 고위급대표단이 25일 오전 파주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도착해 천해성 통일부 차관(왼쪽)의 안내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가운데)과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오른쪽) 등 북한 고위급대표단이 25일 오전 파주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도착해 천해성 통일부 차관(왼쪽)의 안내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남측이 제공한 차량 행렬은 기존 북측 관계자들이 방한 시 이용해 왔던 통일대교~자유로가 아닌 군사도로를 이용해 민간인통제구역을 벗어난 뒤 시위장을 우회해 서울로 이동했다. 전날 밤부터 천안함 폭침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김영철의 방한을 반대하는 자유한국당과 보수 단체가 통일대교를 막고 시위를 하고 있어서다. 시위단체들은 통일대교를 막고 애국가를 틀고 시위를 펼쳤지만, 대표단이 다른 길로 이동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자체적으로 해산했다. 보수단체들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김영철 방한을 반대하는 시위를 이어갔다.

김영철은 CIQ에서 취재 중인 기자들이 방한 소감과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한 입장을 묻자 아무런 대답 없이 차량에 올랐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의 안내로 CIQ에서 간단한 입경 절차를 마친 대표단은 서울 워커힐 호텔로 이동해 오찬을 한 뒤 휴식했다. 호텔에선 남측 연락관과 2박 3일 일정 등에 대해서도 협의했다. 일각에선 대표단과 남측 회담 관계자들이 만나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을 앞두고 남북관계와 관련한 현안을 실무적으로 협의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정부 당국은 이에 대해 함구중이다.

대표단은 이날 오후 3시쯤 호텔 인근의 덕소역으로 차량으로 이동해 KTX를 타고 폐회식장인 평창으로 향했다. 서울역이나 청량리역을 이용할 경우 시위대와 맞닥뜨리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폐막식장에서 김영철 일행과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북측 대표단이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과 조우할 가능성도 있다.
정용수 기자, 도라산=공동취재단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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