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스노보드 묘기, 겁 없는 10대 이민식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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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평창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첫 선을 보이는 ‘스노보드 빅 에어’. 국가대표 이민식(18·청명고)은 상위권 입상을 노린다. [중앙포토]

평창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첫 선을 보이는 ‘스노보드 빅 에어’. 국가대표 이민식(18·청명고)은 상위권 입상을 노린다. [중앙포토]

“민식 소식(Min-sik so sick)!”

이번 올림픽 신규 종목 ‘빅에어’ #점프대서 도약해 공중 기술 겨뤄 #“연습대로만 하면 무난하게 결선”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의 ‘스노보드 빅 에어(big air)’ 국가대표 이민식(18·청명고)을 위한 특별한 인사법이다. ‘민식이가 아파요’ 쯤으로 해석하면 이른바 ‘아재’다. 영단어 ‘sick’은 ‘아프다’는 본래 뜻 이외에 영어권 국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멋있다’ ‘훌륭하다’ 등의 의미로 쓰인다. 2014년 14살 어린 나이에 국제무대에 데뷔한 이후 가파르게 성장하는 이민식을 보며 외국 선수들이 칭찬한 말이 자연스럽게 인사로 굳어졌다.

오는 21일 알펜시아 스키점프대 맞은편 전용 경기장에서 열리는 빅 에어는 ‘멋진 이민식’을 올림픽 무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빅 에어는 평창올림픽에서 첫선을 보이는 신규 종목이다. 경기 형태는 스키점프와 하프파이프를 섞어놓은 듯하다. 커다란 점프대를 이용해 도약한 뒤 공중 기술의 완성도로 순위를 가린다. 알펜시아 스키점프대 맞은 편에 만들어진 평창 빅 에어 경기장은 2016년 완공 당시 높이(33m)보다 6m를 키워 아파트 5층 높이에 해당하는 39m짜리로 만들었다. 출발지점부터 착지 지점까지의 거리는 136m에 이른다.

평창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첫 선을 보이는 ‘스노보드 빅 에어’. [중앙포토]

평창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첫 선을 보이는 ‘스노보드 빅 에어’. [중앙포토]

19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 플라자 인근에서 만난 이민식은 “여러 번의 점프 기회가 있는 슬로프스타일이나 하프파이프와 달리 빅 에어는 단 한 번의 점프로 대결한다는 점이 매력”이라면서 “안정적인 기술이 주를 이루는 다른 종목에 비해 도전적이고 과감한 기술이 자주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민식을 가르치는 이창호 프리스타일 스노보드 코치는 “(이)민식이가 연습한 것만 제대로 보여주면 12명이 겨루는 결선에 무난히 오를 것”이라면서 “그 이후는 온전히 자신과의 싸움”이라 말했다. 이어 “(이)민식이와 의논해 빅 에어에서 선보일 기술을 미리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서너 가지 기술을 준비한 뒤 경기 당일 컨디션에 따라 활용할 생각”이라 덧붙였다.

한 차례 아찔한 위기도 겪었다. 당초 이민식은 지난 10일 강원도 평창 휘닉스 스노우파크에서 열린 스노보드 슬로프스타일 남자부에 출전할 예정이었지만 발목을 다쳐 기권했다. 경기 시작 5분 전 마지막 연습에서 고난이도 회전 기술을 점검하던 중 옆에서 불어닥친 바람에 중심을 잃고 추락했다. 이민식이 치료받는 동안 18살 동갑내기 레드 제라드(18·미국)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민식은 “하필 우승이 (동갑내기 친구) 제라드라서 더욱 자극됐다. 성적이나 순위를 떠나 그간 준비한 기술을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한 게 아쉬웠다”면서 “평창올림픽 데뷔 종목이 슬로프스타일에서 빅 에어로 바뀌었지만, 문제없다. 부상이 호전돼 자신감이 살아났다. 제대로 사고 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스노보드대표팀의 ‘겁 없는 10대’ 이민식을 위해 든든한 지원군이 함께한다. 이 코치를 비롯해 김수철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코치, 문수연 트레이너, 한석규 재활 트레이너 등이 육체적·정신적으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어려서부터 ‘스노보드 신동 형제’로 함께 주목받은 친동생 이준식(16)도 빅 에어 전주자(경기 시작에 앞서 슬로프를 미리 타보는 선수)로 선정돼 매일 함께 훈련 중이다.

‘특별한 이웃’도 생겼다. 이민식은 “며칠 전 평창 선수촌 내 숙소 옆방에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 윤성빈(24·강원도청) 형이 입주했다. 나보다 여섯살이나 많은 데도 첫인사를 나누며 존댓말을 쓰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면서 “하루빨리 친해져 ‘아이언 맨’의 금빛 기운을 나눠 받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평창=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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