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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북 미소외교 주의해야” 문 대통령 “국제공조 안 흩트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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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문재인 대통령이 9일 방한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정부 간의 주고받기식 협상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평창 겨울올림픽 참석차 입국한 아베 총리와의 취임 후 세 번째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는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고 그분들이 입은 마음의 상처가 아물 때 해결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김의겸 대변인이 전했다.

한·일 정상, 북핵?위안부 해법 이견 #“정부간 주고받기 위안부 협상 안 돼” #문 대통령 언급에 아베 “합의지켜야” #셔틀외교 강조, 방일 가능성은 커져

이번 회담은 정부가 박근혜 정부 때 이뤄진 한·일 위안부 합의가 절차와 내용상 하자가 있다는 결론을 내린 뒤 처음 이뤄진 것이다. 문 대통령이 ‘주고받기식 협상’을 언급한 것은 한·일 간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라는 기존 입장의 재확인이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양국 정부가 계속해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역사를 직시하면서 총리와 함께 지혜와 힘을 합쳐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역사 갈등과 경제·안보 협력을 분리하자는 정부의 투트랙 방침을 다시 밝힌 것이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위안부 합의는 국가 대 국가의 합의로 정권이 바뀌어도 지켜야 한다는 게 국제 원칙”이라며 “일본은 합의를 최종적이며 불가역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약속을 지켜온 만큼 한국 정부도 약속을 실현하기를 희망한다”고 요구했다. 일본 정부 당국자는 회담 뒤 기자들과 만나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과 함께 미래지향적인 일·한 관계를 만들어 나가기를 마음으로부터 바라고 있다’는 말을 했다. 이를 위해서도 일·한 합의와 징용공 문제(강제징용자 배상 문제)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부탁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위안부 합의 문제와 다른 분야를 분리하자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 아베 총리는 위안부 합의 문제에 대한 명확한 정리 없이는 미래지향적 관계가 힘들다고 사실상 반박한 셈이다.

아베 총리는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 있는 소녀상에 대해서도 “외교관계·영사관계에 관한 빈 조약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합의의 착실한 실시를 요구했다.

북핵 대응을 놓고도 양국 정상은 이견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남북대화가 비핵화를 흐린다거나 국제 공조를 흩트리는 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며 “남북관계 개선과 대화가 결국 비핵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아베 총리는 “북한은 평창올림픽 기간 남북대화를 하면서도 핵과 미사일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며 “북한의 미소 외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회담 후 일본 기자들에게 “(북한의 핵 개발을) 국제사회가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되고 대화를 위한 대화는 의미가 없다”며 “이를 확실히 문 대통령에게 말했다”고 알렸다. 일본 정부 당국자는 “아베 총리가 ‘진짜 중요한 고비는 올림픽 이후다. 북한이 비핵화를 향해 진정성 있는 의사를 구체적 행동으로 보여 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말하며 안보리 제재 이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다만 문 대통령이 ‘셔틀 외교’ 복원 필요성을 강조하고, 아베 총리도 이에 동의했다. 또 양측이 일본이 주최하기로 돼 있는 한·일·중 정상회의의 조기 개최에 합의하면서 문 대통령의 일본 방문도 가시화할 전망이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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