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단은 달고, 예술단은 안달고...같은 옷 인공기 차이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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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8시 50분쯤 강원 동해시 묵호항 부두에 선홍색 코트에 검은색 털모자를 쓴 20대 초반 여성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전날 오후 5시쯤 이곳에 도착해 정박한 만경봉 92호에서 하룻밤을 지낸 북측 삼지연관현악단(예술단) 단원들이었다. 현송월 단장을 필두로 부두에 정차한 버스로 이동한 여성들은 전날 평양역을 출발할 때와 같은 차림이었다.

7일 오전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 연안여객선터미널에 정박해 있던 만경봉 92호에서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등 예술단원들이 하선해 강릉아트센터로 향하는 버스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사진 동해=공동취재단]

7일 오전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 연안여객선터미널에 정박해 있던 만경봉 92호에서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등 예술단원들이 하선해 강릉아트센터로 향하는 버스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사진 동해=공동취재단]

북한 응원단 단원들이 7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입경하고 있다. 이들은 예술단과 달리 외투 왼쪽 가슴에 인공기를 달고 있다. [사진 도라산=공동취재단]

북한 응원단 단원들이 7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입경하고 있다. 이들은 예술단과 달리 외투 왼쪽 가슴에 인공기를 달고 있다. [사진 도라산=공동취재단]

40여분 뒤 경기 파주의 도라산에 위치한 남북출입사무소에는 평창 겨울올림픽에 응원단으로 파견된 북측 응원단 여성들이 도착했다. 이들도 예술단과 같은 복장을 하고 있었다.

 이처럼 예술단과 응원단은 같은 복장을 하고 있었지만, 왼쪽 가슴팍은 확연히 차이를 보였다. 예술단의 코트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응원단원들의 외투에는 북한 국기(國旗)인 인공기가 부착된 것. 예술단원 전원은 인공기를 달지 않았고, 응원단원은 모두 인공기를 부착한 것으로 보아 북한의 정책적인 결정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예술단을 파견키로 한 직후부터 예술단 공연이 북한 체제를 선전하는 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있었다”며 “삼지연관현악단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없애려는 차원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또 반북시위 등 보수단체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차원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집권 이후 음악정치를 강조하고 있다”며 “음악정치의 선봉에 선 예술단원들이 논란의 중심에 설 경우 김정은에 대한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북측이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31일부터 1박 2일동안 북측의 마식령 스키장에서 남북 합동스키 훈련을 하면서 태극기 착용 논란이 일자 이를 의식했을 수도 있다. 응원단의 경우 올림픽이라는 공식 국제대회에 북한 선수를 응원하려는 목적이지만, 예술단의 경우 같은 민족(남측)이 개최하는 행사에 축하 공연을 하는 차원에서 응원단과 성격을 달리한다는 얘기다.

 한편 예술단은 8일 저녁 공연을 앞두고 이날 공연장인 강릉아트센터에서 무대와 조명등 공연시설을 점검하고 사전 예행연습(리허설)을 했다. 이들은 남측 정부가 제공한 도시락으로 오찬을 한 뒤 오후 3시부터 리허설을 재개했다. 도착 직후 숙소인 강원 인제 스피디움으로 이동한 응원단은 휴식을 한 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주관하는 환영만찬에 참석한다.
정용수 기자, 도라산=공동취재단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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