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금융위가 말하지 않은 진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9면

한애란 경제부 기자

한애란 경제부 기자

‘혜택받는 가맹점은 10만 개, 평균 0.3%포인트(연간 270만원) 수수료율 인하 효과’

지난 18일 나온 최저임금 보완대책 보도자료를 보고 놀랐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7월에 카드수수료를 추가 인하한다”고 밝혀서 어떤 정책일지 기대했는데, 혜택 보는 가맹점 수가 적어서다. 10만 개는 전체 카드 가맹점(266만 개)의 3.6%에 그친다. 0.3%포인트, 270만원이란 숫자는 더 놀라웠다. 이를 근거로 계산하면 혜택을 받는 가맹점의 연간 평균 카드 매출액이 9억원으로 나온다. 보도자료 내용을 수정하면 이렇다.

‘전체 가맹점의 3.7%, 그것도 연간 카드 매출액이 평균 9억원인 가맹점에 수수료를 깎아준다.’

확인해 보니 이 카드수수료 정책의 대상은 연 매출 5억원 이상인 가맹점만 대상이었다. 어딘 가엔 수수료 연 270만원을 덜어주는 대신 다른 곳엔 270만원을 더 받아서 메우는 방식이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는 270만원을 손해 보는 겁니다. 이거 ○○○○가 알면 큰일 납니다.”

하지만 쉬쉬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7월에 카드사가 수수료 인상 사실을 가맹점에 통보하면 결국 알려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기본을 안 지킨 게 걸리면 아작을 내겠다는 겁니다.” 지난 8일 금융위원장이 암호화폐 거래 관련해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현장점검을 한다고 발표한 직후 또 다른 금융위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그래서 23일 현장점검 결과를 브리핑한다고 금융위가 공지했을 때 생각했다. 어디가 진짜 ‘아작’ 날지가 나오겠구나.

그런데 자료 어디를 봐도 불법적인 자금 거래가 적발된 거래소들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왜 이름을 밝히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금융위 부위원장은 “좀 더 심층 분석이 필요하다. 아직 준비가 안 됐다”라고 답했다. 다른 관계자는 “아직 검찰이 수사를 안 했는데, 적발된 거래소 명단을 공개했을 때 생길 시장의 혼란을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그 거래소엔 수천, 수만 명 고객이 몰려 있을지 모른다. 투자자들은 자신이 돈을 맡긴 거래소가 적발돼 곧 검찰 수사가 시작될 곳인지 모른 채 오늘도 암호화폐를 거래하고 있을 것이다. 명단 비공개는 암호화폐 투자자를 위해서일까, 금융위의 책임 회피를 위해서일까. 지켜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한애란 경제부 기자 aeyan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