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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상연맹은 '불통연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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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효경 기자 중앙일보 기자
김효경 스포츠부 기자

김효경 스포츠부 기자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대한빙상경기연맹과 관련된 청원이 100여 건 가까이 올라왔다. 빙상연맹의 착오로 여자 팀 추월에 출전할 예정이었던 노선영(콜핑팀)이 평창올림픽에 나갈 수 없게 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다.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 훈련단 선발 규정에 나이 제한(만 26세 이하)조항을 신설한 사실(중앙일보 1월 25일자 B10면)까지 공개되자 빙상연맹의 개혁을 요구하는 청원이 급증했다. 지난 16일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가 심석희(한국체대)를 폭행한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내용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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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선영은 빙상연맹의 착오로 꿈에 그리던 평창올림픽에 나서지 못하게 됐다. [연합뉴스]

노선영은 빙상연맹의 착오로 꿈에 그리던 평창올림픽에 나서지 못하게 됐다. [연합뉴스]

국민이 빙상연맹에 화가 난 건 ‘불통’ 때문이다. 올림픽 팀 추월 경기에 나가려면 개인 종목 출전권을 우선 획득해야 하는데 빙상연맹은 규정을 잘못 해석해 이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 노선영은 지난 22일에야 올림픽에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노선영은 25일 소셜미디어에 직접 글을 올려 “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연맹인가”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국가대표팀 훈련단 나이 제한은 현장 지도자들도 모를 정도로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빙상연맹은 지난 9일 만 26세 이하 선수만 대표팀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규정을 고친 뒤 슬그머니 홈페이지에 올렸다. 빙상 관계자 상당수가 이런 규정이 생긴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

빙상연맹은 쇼트트랙 선수인 심석희 폭행 사건도 은폐하기 바빴다. 폭행 당일인 16일 심석희는 진천선수촌을 이탈했다. 다음날 공교롭게도 문재인 대통령이 선수촌을 방문했다. 그러자 빙상연맹 관계자는 청와대에 “심석희 선수가 독감 때문에 불참했다”고 거짓말 했다. 대통령이 선수촌을 방문하지 않았더라면 사건 자체가 알려지지 않을 수도 있었다. 폭행이 처음이 아니라는 의혹도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김상항 회장을 포함한 빙상연맹 관계자들은 묵묵부답이다.

빙상은 겨울올림픽의 ‘효자 종목’이다. 그러나 메달 숫자보다 많은 사건·사고가 터진 것도 바로 빙상 종목이다. 여자 선수 성추행, 파벌 문제, 선수 간의 담합(짬짜미), 선수 간 폭행, 미성년자 음주, 불법 스포츠 도박 등 셀 수 없을 정도다. 빙상연맹이 나서서 사실을 공개하고 엄중한 처벌을 내리는 등 투명한 조처를 했다면 지금과 같은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빙상연맹은 사실 규명에 이어 정당한 징계를 하고, 선수와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 ‘올림픽 금메달’도 중요하지만 투명한 행정이 먼저다.

김효경 스포츠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