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에 내각 총출동시킨 트럼프 "미국우선주의" 폐막연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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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백악관에서 한국산 세탁기 등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하는 행정조치에 서명한 뒤 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백악관에서 한국산 세탁기 등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하는 행정조치에 서명한 뒤 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AP=연합뉴스]

“다보스에 가서 미국에 다시 투자하라고 얘기하고 사람들에게 휼륭한 미국을 방문해 돈을 쓰라고 하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하는 목적이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의 세일즈임을 분명히 했다.
백악관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등 내각의 절반 가량인 7명의 장관이 포함된 수십명의 대표단이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다보스로 총출동한다고 밝혔다. 세계 자유무역 질서의 상징인 다보스포럼을 자신이 주도하고 있는 트럼프식 보호주의의 홍보 경연장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틸러슨·므누신 등 장관 7명, 쿠슈너 대동 #"메이드인 USA" vs. 자유무역질서 충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다보스포럼의 전초전 격으로 백악관에서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관세폭탄을 물리는 미 통상법 201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을 위한 서명식을 했다. 이 자리에서 “이번 조치는 미국인을 위해, 미국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과 LG를 직접 거명하며 “이것이 LG와 삼성이 미국내에 대규모 세탁기 제조공장을 짓겠다는 최근 약속을 지킬 강한 유인책(incentive)을 제공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행정 조치는 공정한 무역의 원칙을 지키고 미국과 미국 기업들이 더는 누구에게도 이용당하지 않을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24일 저녁 워싱턴을 출발해 25~26일 다보스포럼에 참여한다. 현지에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 겸 아프리카연합(AU) 의장과 정상회담도 한다. 하이라이트격인 다보스포럼 폐막 연설은 26일로 예정돼 있다. 이번 다보스행에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윌버 로스 상무장관과 알렉산더 아코스타 노동부장관 등 장관 7명과 장관급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동행한다.

마크 그린 미국 국제개발청(USAID) 청장, 프랜시스 콜린스 국립보건원(NIH) 원장, 스콧 고트리브 식품의약청(FDA) 청장도 대표단에 포함됐다. 백악관에서도 존 케리 비서실장,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선임고문도 참석한다. 이번 다보스 경제포럼에 사실상 미국 정부가 총출동해 기존 세계 자유무역질서를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중심의 보호무역질서로 바꿔보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다보스포럼 일정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미국의 번영이 세계의 이익이며 미국이 성장할때 세계도 그럴 것임을 강조할 것”이라며 “미 정부는 자유롭고 개방된 무역을 지지하지만 공정하고 호혜적이야 한다”고 말했다.

켈러언 콘웨이 백악관 고문은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26일로 예정된 다보스포럼 폐막연설에서 미국우선주의 아젠다를 천명할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콘웨이 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에서 미국우선주의가 세계 무대에서 계속 어떤 모습이 될지 보여줄 것”이라며 “그는 기꺼이 무역과 세계 경제에 참여하겠지만 이는 미국인과 미국 노동자, 미국 국익에 이로워야 한다는 걸 확실히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경제포럼이 열리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23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참석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바닥에 '트럼프 NO'라는 전등을 켰다.[AP=연합뉴스]

세계경제포럼이 열리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23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참석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바닥에 '트럼프 NO'라는 전등을 켰다.[AP=연합뉴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주의는 이미 다보스 현지에서 세계의 다른 정상들과 충돌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개막 연설을 통해 “세계화가 서서히 빛을 잃어가고 있다”면서도 “세계화에 반하는 우려스런 상황의 해결책은 고립주의가 아니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변화를 받아들이고 이해할 뿐 아니라 변화의 시대에 맞게 민첩하고 유연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폐기를 위협한 데 대해 “우리의 남쪽 이웃에게 나프타가 캐나다는 물론 그의 경제와 세계 경제에 얼마나 이로운 것인지 인식하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보스와 취리히 등 스위스 도시 곳곳에서 수천명의 시위대가 “트럼프ㆍ세계경제포럼(WEF)은 거지소굴(Shithole)”이라고 적힌 플래카드 등을 들고 반(反)트럼프 시위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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