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정책 혼선이 부른 지지율 60%대 하락 … 국정 기조 돌아봐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고공 행진을 이어 가던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가 60%대로 하락했다. 한국갤럽이 어제 발표한 조사에서 ‘잘한다’고 평가한 응답자는 67%로 지난주보다 6%포인트 하락했다. 반면에 부정 평가는 7%포인트 늘어났다(16~18일 전국 성인 1004명 조사). 갤럽 조사에서 문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가 60%대로 내려간 것은 6차 핵실험 이후 안보 문제가 부상하던 지난해 9월 넷째 주(65%) 이후 16주 만이다. 특히 현 정권의 주 지지 기반인 40대 이하에서 상대적으로 하락 폭이 큰 게 눈길을 끈다. 지난주와 대비해 40대에서 9%포인트, 30대에서 7%포인트, 20대에서 6%포인트가 빠졌다.

젊은 층 이반 현상 상대적으로 두드러져 #암호화폐 혼선, 단일팀 논란 실망감 반영 #'무조건 지지' 믿지 말고 정책 승부해야

젊은 층의 국정 지지율 하락에는 암호화폐 정책 혼선 및 폭락, 평창 겨울올림픽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논란 등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계속되는 과거사 들추기와 적폐청산 수사, 해법을 찾지 못하는 최저임금 논란 등도 부정 평가의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암호화폐에 대해서는 정교한 정책 대신 ‘무조건 규제’를 들고 나왔다가 ‘처음으로 가져본 꿈을 짓밟지 말라’는 2030세대의 반발에 놀라 뒷걸음쳤다. 단일팀 결정 역시 ‘정부와 북한의 갑질’이라는 냉소와 함께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는 ‘공정’에 대한 의심을 불러왔다. 인터넷 공간을 지배하던 ‘친문 댓글’이 처음으로 정부 비판 목소리에 밀리는 일까지 나타났다. 전·현직 대통령의 정면충돌로까지 폭발한 적폐 수사 등은 보수층을 중심으로 한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유치원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등 아마추어적 정책 혼선도 국민의 실망을 불렀다.

국정 지지율의 일시적 등락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핵심 지지층의 이반 현상은 청와대나 여권으로선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현 정권은 스스로 밝혔듯이 ‘촛불 민심’으로 탄생했다. 전 정부의 비정상적인 국정 행태를 공격하면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자’는 구호로 국민의 지지를 모았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여론 흐름은 광장의 흥분이 가라앉은 뒤 현실의 국정 운영은 그리 녹록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 지지 세력은 다층적이고 다면적이다. 정권 교체기나 초기에는 대의와 이념, 명분으로 결집하던 지지자들도 시간이 지나면 자신들의 이해나 입장에 따라 갈라지게 마련이다. 정권 초기 높은 국정 지지율이 시간이 갈수록 내려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지지율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정교하고 치밀한 정책으로 엇갈리는 국민의 이해관계를 조정해 나갈 수밖에 없다.

국정의 동력은 결국 지지율에서 나온다. 정권의 지지 여부를 떠나 국정 지지율이 추락하면 나라는 길을 잃고 국민은 불안해진다. 현 정부의 높은 지지율은 전 정부의 실책으로 인한 기저 효과가 상당 부분 작용하고 있다. 이제 온전히 자신의 능력으로 시험받을 ‘진실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더 이상 “보수는 철학이 없고 진보는 정책이 없다”는 한탄이 나오지 말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