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박수 받은 트럼프, 쓴소리 들은 장하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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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정책에 애플이 화끈하게 답했다. 해외에 유보한 현금성 자산 2520억 달러(약 270조원)의 대부분을 미국으로 가져오기로 한 것이다. 애플은 이에 따른 일종의 ‘귀국세’로 380억 달러(약 40조원)를 낸다고 한다. 세금을 깎아줄 테니 해외 현금을 미국으로 가져오라는 트럼프의 정책이 제대로 먹힌 것이다. 세금보다 중요한 게 일자리다. 애플은 앞으로 5년간 미국에 300억 달러(약 32조원)를 투자하고 일자리 2만 개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해외로 나간 일자리와 공장을 본국으로 돌아오게 하는 리쇼어링의 대표적 성공사례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을 하루 앞두고 미국 경제는 순항 중이다. 실업률은 4.1%로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고 실업수당 청구건수도 45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미국의 한 공장을 방문해 연설을 마친 트럼프를 향해 박수 치는 블루칼라의 모습을 담은 외신 사진이 눈길을 끈다. 부러울 따름이다.

반면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그제 최저임금 정책 홍보를 위해 서울의 한 분식집을 찾았다가 쓴소리를 들었다. 분식집 종업원은 “지금 사람들 임금 올라간다고 좋아는 하겠죠. 그렇지만 장사가 잘돼야 임금 받아도 마음이 편하고 떳떳한 거지”라고 말했다. 정부 측이 장 실장 방문 전날에 ‘좋게 답해 달라’고 미리 손까지 썼지만 소용없었다. 장 실장은 “임금이 올라가야 쓸 돈이 있죠”라며 소득 주도 성장의 핵심인 최저임금 인상의 당위성을 애써 설명했지만 끝내 ‘좋은 답’은 듣지 못했다.

‘장사가 잘돼야 임금 받아도 편하다’는 종업원의 말은 성장과 소득의 관계를 뒤집어놓은 소득 주도 성장에 대한 날카로운 현장 비판이다. 소득은 성장의 결과라는 대다수 학자의 견해와 궤를 같이하기 때문이다. 와튼스쿨 경영학 박사이자 교수 출신인 장 실장이 분식집 종업원으로부터 제대로 된 ‘현장 경제학’ 강의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