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 중도보수의 등대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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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선언은 좌표를 잃고 암흑의 바다를 표류하고 있는 대한민국 중도 보수층에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다. 자유한국당이 보수정당을 표방하고 있지만 다층적인 기득권 포기와 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받아 온 게 사실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안보와 지역 문제 등 정체성 차이로 통합에 진통을 겪어 왔다 해도 통합선언문에 있는 대로 미래를 위한 개혁과 구태 정치 청산 차원에서는 양당의 보폭이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로 안철수·유승민 두 대표의 이념 스펙트럼이 많은 부분 겹친다. 지난 대선 때 유 대표는 ‘따뜻한 공동체’와 ‘정의로운 민주공화국’ ‘정의·자유·평등·법치가 살아 있는 세상’ 등의 가치를 출사표로 내세웠다. 안 대표 역시 ‘따뜻한 공동체’ ‘정의로운 대한민국’ ‘공정·자유·책임·평화를 수호하는 대통령’의 기치를 내걸었다. 이는 곧 이 땅의 중도보수 유권자들이 바라는 가치들이며, 양당 통합선언문에 ‘진정한 민주공화국’ ‘정의·공정·자유·평등·인권·법치의 헌법가치’ ‘따뜻한 공동체’로 나타난 것이다. 안보 문제가 가장 큰 차이고, 이 문제로 국민의당이 내부 갈등을 겪고 있지만 현재의 안보 위기를 풀어나가는 방법으로 접근한다면 궁극적인 해결책이 없지 않다.

새로 출범할 ‘통합개혁신당(가칭)’의 순항을 위협할 가장 큰 암초는 안·유 두 대표의 캐릭터다. “주변에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는 평을 듣는 안 대표, 신념과 가치에선 양보가 없어 ‘옹고집’이란 별명을 가진 유 대표가 과연 배를 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을 표하는 사람이 많다. 어제 기자회견대로 두 사람이 정말 국민만 생각하는 정치를 한다면 무엇보다 포용과 양보의 미덕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두 사람을 믿고 따를 유권자들을 진정한 중도보수의 등대로 안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