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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남북 단일팀 … 국내 비판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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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남북이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 합의했지만 후폭풍이 거세다. 선수 당사자들과 사전 교감 없는 일방적인 단일팀 결정에 반대 여론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18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단일팀 반대 의견이 줄이어 올라왔다. 지난 9일 SBS 여론조사에서도 72.9%가 단일팀 구성에 대해 ‘무리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20, 30대에선 단일팀 반대 의견이 82%에 달했다.

스포츠의 정치화를 우려한 체육계는 물론이고 개인, 공정함, 탈권위 같은 가치에 민감한 젊은층이 크게 반발한 것이다. 정치적 대의를 위해 출전권을 양보하라는 논리가 ‘낙하산’, 불공정 논란으로 이어졌다. 어차피 “메달권이 아니다”라는 이낙연 총리의 말은 기름을 부었다. “1등 아닌 선수는 쇼나 하라는 건가”라는 비판이 나왔다.

정부는 우리 선수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며 엔트리 충원 방안을 강구 중이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우리 팀과 제일 먼저 맞붙게 되는 스위스 측이 남북한 단일팀에 한해 엔트리를 충원한다면 공정하지 않고 경쟁을 왜곡시킬 수 있다며 반대한다. 다른 국가들의 반대로 엔트리 충원이 안 되면 우리 선수들이 출전 기회를 잃을 수밖에 없다.

남북은 개막 전야제 형식의 금강산 남북 합동 문화공연과 북한 마식령 스키장에서 남북 스키 선수들의 공동훈련에도 합의했다. 스키계에서는 취지는 좋지만 개막을 앞두고 급조된 공동훈련이라 실익 없는 보여주기성 이벤트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과정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자금 등이 유엔의 대북 제재를 위반하지 않도록 세부사항도 꼼꼼히 살필 필요가 있다.

남북이 합의한 단일팀을 뒤집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여전한 비판 여론에 정부는 겸허히 귀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공정함’ ‘사람이 먼저’란 가치를 내세웠던 정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