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 매각설 “사실 무근”이라는데 … 주가는 요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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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두산중공업 직원들이 협력사 직원과 함께 설비 내부의 안전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두산중공업 직원들이 협력사 직원과 함께 설비 내부의 안전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17일 두산중공업 주가가 ‘매각설’에 휘청였다. “사실무근”이란 회사 측 해명에도 시장 우려는 가라앉지 않았다. 불투명한 업황, 나아지지 않는 재무 구조 탓이다.

두산중 비롯 계열사 주가 하락 #지주사 ㈜두산만 소폭 반등 마감 #정부 ‘탈원전’에 주력사업 불투명 #몇년째 수익 악화, 시장 불안 겹쳐 #“원전 해체 등 새 사업 기회 찾아야”

17일 증시 개장과 함께 1만6450원(전일 종가)으로 출발한 두산중공업 주가는 38분 만에 13.07% 급락하며 1만4300원으로 주저앉았다.

두산그룹이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 주도로 두산중공업을 매각한다는 설이 시장에 번지면서다. 주가가 출렁이자 두산그룹은 이날 오전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공시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은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매각을 검토조차 한 사실이 없다”며 “근거 없는 일종의 ‘해프닝’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용만 전 회장의 매각 추진 개입설에 대해서도 “전 경영진은 현재 그룹 경영에 전혀 개입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두산중공업 역시 같은 입장이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그룹에서 입장을 밝힌 것과 같이 매각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아예 검토조차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사실무근’이라는 입장 외엔 덧붙일 얘기가 없다”라고 말했다.

해명 이후 두산중공업 주가는 낙폭을 줄였지만, 여진은 계속됐다. 이날 두산중공업 주가는 전일 대비 2.74% 하락한 1만6000원에 마감했다. 다른 두산그룹 계열사도 영향을 받았다. 두산밥캣(-2.49%), 두산엔진(-2.57%), 두산인프라코어(-0.47%) 주가는 동반 하락했다. 지주회사 격인 ㈜두산 주가만 등락을 거듭하다 0.83% 상승하며 거래를 마쳤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두산그룹이 두산중공업 매각설을 강하게 부정하는 이유가 있다. 두산중공업은 두산그룹 지배 구조에서 허리 역할을 한다. 두산그룹 내에서 지주회사 역할을 사실상 하는 ㈜두산은 두산중공업 지분 36.82%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두산중공업은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39%, 두산건설 지분 77.81%, 두산엔진 지분 42.66%를 갖고 있다.

유동자산 10조4836억원(지난해 9월 말 기준) 규모의 두산중공업을 팔면 그룹 재무 개선엔 도움이 될지 몰라도 그 전에 계열사 지분 개편이 우선돼야 한다. 두산중공업이 그룹 주력 산업을 맡은 핵심 계열사란 점도 한 이유다.

이동헌 한양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그룹은 사업 기반을 과거 식음료에서 중공업으로 조정을 다 한 상황”이라며 “매각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룹 계열사인 두산엔진은 이미 매물로 나와 매각 절차를 밟아가는 중이다. 계열사 매각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이유에 대해 이 연구원은 “지난해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일시 중단되고, 석탄 발전을 줄이겠다는 정부 정책 때문에 사업 부담이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중공업이 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점은 맞지만 원자력 발전, 터빈 등 주력 산업의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 연속으로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1~3분기 흑자로 돌아서긴 했지만, 당기순이익 규모는 13억원에 그쳤다. 2016년 말 18조100억원이었던 부채 규모는 지난해 3분기 말 19조1020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초 2만8000~2만9000원대였던 두산중공업 주가는 1년 사이 반 토막이 났다. KB증권이 추정한 지난해 두산중공업 부문의 신규 수주액은 5조3000억원이다. 2016년 9조1000억원과 비교해 40% 넘게 줄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탈원전, 탈석탄 정책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하락했는데 노후 석탄 발전소 개보수, 원전 해체, 가스 터빈 유지 보수 등 새로운 사업 기회는 생긴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런 부분이 주가 모멘텀(변화 동력)으로 작용하려면 신규 수주 회복 등 구체적 성과가 선행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조현숙·이현·윤정민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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