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의 길 택한 2인 … 박지원 “꽃가마 모셔도 안 가” 남경필 “저와 잘 안 맞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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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을 추진 중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에서 3일 통합 로드맵이 나왔다. 하지만 곧바로 국민의당 통합 반대파에서 신당 창당을 시사하고 바른정당에서 탈당 가능성을 예고하는 발언이 잇따라 쏟아졌다. 통합 과정에서 향후 상당한 후유증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 로드맵 #2월까지 신당 창당 뒤 흡수 방식 #국민의당 반통합 14명 “신당 추진” #바른정당 김세연 등 넷 탈당 가능성

우선 양당은 오는 2월 말까지 신당을 창당한 뒤 통합하기로 합의했다. 양당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통합추진협의체(통추협) 출범식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통추협은 국민의당 이언주·이태규 의원과 바른정당 오신환·정운천 의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양당 통합은 단순 합당 방식이 아닌 신당 창당의 신설 합당 방식으로 한다”며 “정치변화와 개혁을 갈망하는 제3세력을 규합하는 대통합을 추진한다”고 말했다. 통합 시기에 대해서는 “2월 이내 완료 노력을 할 것”이라고 했다.

신설 합당이란 새 당을 만든 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여기에 흡수되는 방식이다. 의원들의 당적과 두 당의 자산 모두 그대로 흡수된다. 이언주 의원은 “제3세력이 창당 과정부터 함께하는 만큼 개혁정당의 의미가 더 살아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합신당 합류 인사로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 등이 물망에 오른다. 안 대표는 “통합되면 함께 논의해서 많은 인재들의 참여를 독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당은 향후 전당대회 등 내부 절차를 준비하며 신당창당준비위원회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창준위원장으로는 손학규 상임고문 등이 거론되고 있다.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의 거취를 놓고도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전날 박 전 대표가 방송에서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지난번 대선에서 10%도 안 되는 득표율로 선거비용 보전을 못 받았다. (바른정당은) 빚덩어리”라고 한 발언이 불씨가 됐다. 유 대표는 이날 “바른정당은 부채는 제로”라며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박 전 대표는 "꽃가마를 태워도 (통합 신당에)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통추협의 통합 계획이 공개되자 곧바로 국민의당 반통합파 의원들은 대책회의를 열어 신당 추진 의지를 다졌다. 대변인 격인 최경환 국민의당 의원은 “여러 의원들이 새로운 결의를 할 때가 됐다”며 “개혁 신당 추진을 검토하는 데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반통합파 회의에는 중진 의원 중 박지원·유성엽·정동영·조배숙 의원 등이 참석했고, 초선 의원들은 김종회·박주현·박준영·윤영일·이상돈·장정숙·최경환 의원 등이 참석했다. 위임 의사를 밝힌 천정배·장병완·김경진 의원까지 더하면 총 14명의 의원들이 개혁신당 창당 검토에 뜻을 모은 셈이다.

통합이 가시화되면서 바른정당 내에서도 이탈 세력이 나올 조짐이다. 바른정당 소속 남경필 경기지사가 통합 대열에서 빠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남 지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까지의 (통합 추진) 과정을 지켜보면서 저와는 잘 안 맞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주쯤에는 중도통합에 참여할지 여부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한국당 복당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그 문제는 또 다른 차원”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김세연 의원과 이학재 의원도 탈당 여부와 시기를 계속 고민해온 만큼 남 지사와 함께 움직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남 지사와 김·이 의원은 비슷한 시기에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남 지사와 가까운 원희룡 제주지사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통합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탈당 가능성이 거론된다.

안효성·김경희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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