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퇴원한 신생아 한 명 재입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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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화여대목동병원에서 16일 발생한 신생아 4명 사망 사건으로 경찰과 보건당국의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당시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환아 16명 가운데 17일 오전 퇴원한 신생아 4명 중 1명이 같은 날 오후에 재입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신생아는 연쇄 사망 발생 뒤인 17일 오전 병원에서 별도의 검사를 진행한 뒤 건강하다고 판단돼 부모와 함께 귀가했다. 하지만 오후 8시쯤 고열 증세를 보여 같은 병원에 다시 내원했다. 이 병원의 신생아 중환자실이 폐쇄됨에 따라 이 아이는 현재 일반 병동에서 치료받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입구. [연합뉴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입구. [연합뉴스]

앞서 병원 측은 16명의 신생아 중환자실 입원 환아 중 4명이 사망하고, 8명은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고 밝혔다. 나머지 4명은 병원에서 별도의 검사를 진행한 뒤 퇴원시켰다. 이 중 한 아이가 하루도 안 돼 다시 입원한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도 18일 퇴원하거나 타 병원으로 옮긴 환아 12명에 대한 증상을 모니터링한 결과, 퇴원 환아 4명 중 1명은 감기 증상으로 17일 입원했고, 다른 병원으로 간 8명 중 1명은 기력저하로 관찰 중이라고 밝혔다.

신생아 보호자 "자초지종 설명 안 해" 분통

한 퇴원 신생아의 어머니는 “야밤에 담당 의사가 갑자기 전화해 아이가 퇴원해도 된다고 얘기했다. 이어 신생아중환자실을 폐쇄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그 이유를 물으니 ‘조사 중이라 말할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말했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신생아 4명이 연이어 사망했다. 정혜원 병원장(오른쪽에서 둘째)등 의료진이 17일 사과했다. 강정현 기자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신생아 4명이 연이어 사망했다. 정혜원 병원장(오른쪽에서 둘째)등 의료진이 17일 사과했다. 강정현 기자

다른 신생아 가족도 17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1시 40분쯤 병원에서 전화가 왔고, 중환자실에 일이 생겨서 폐쇄해야 돼 아기를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했다. 사고 상황을 정확히 설명해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병원 측이 자초지종을 설명하지 않고 중환자실이 폐쇄됐음을 일방적으로 알렸다는 얘기다.

신생아 4명이 잇따라 숨진 뒤에 관련 사실을 보건 당국에 알린 건 병원이 아니라 보호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었다. 17일 오후에는 병원이 긴급 기자회견을 하던 중 자신을 유족이라고 밝힌 한 남성이 “병원은 유가족이 먼저냐, 언론사가 먼저냐”고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

이대목동병원 기자회견장에서 17일 한 남성이 사망 신생아 가족에게 병원 측의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며 항의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이대목동병원 기자회견장에서 17일 한 남성이 사망 신생아 가족에게 병원 측의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며 항의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병원, '임산부의 날 대통령 표창' 현수막 떼

사고 소식이 전해진 17일 이후 온라인 출산·육아 커뮤니티 이용자들 사이에선 “이대목동병원을 이용 중인데 다른 병원으로 옮기려고 한다” “아이가 이대목동병원에 입원 중인데, 걱정돼서 괴롭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18일 오전에 이 병원 1층 로비에 설치된 ‘임산부의 날 대통령 표창’ 현수막이 철거됐다. 병원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의식했으면 어제 현수막을 뗐을 것이다”며 신생아 사망과 현수막 철거는 별개의 일이라고 주장했다.

18일 오전 신생아 4명이 잇따라 숨진 사고가 발생한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 설치됐던 '임산부의 날' 대통령표창을 알리는 현수막이 철거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오전 신생아 4명이 잇따라 숨진 사고가 발생한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 설치됐던 '임산부의 날' 대통령표창을 알리는 현수막이 철거되고 있다. [연합뉴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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