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자는 교사·보모 못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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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영국 정부가 1일 강력한 미성년자 성범죄 방지법안을 내놨다. BBC.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은 '약자 보호법(Safeguarding Vulnerable Groups Bill)'이라고 불리는 이 법안이 이르면 내년에 시행된다고 보도했다.

법이 시행되면 영국에서 미성년자 성추행이나 성폭력 전과가 있는 사람들은 교사.보모 등 아동이나 학생과 관련된 직업에 종사할 수 없게 된다. 영국에서는 최근 과거 성범죄를 저지른 적이 있는 88명의 교사가 1997년부터 각급 학교에서 근무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여론이 들끓었다.

루스 켈리 영국 교육장관은 학교 등에서 성폭력을 완전히 추방하기 위해 이런 법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영국 정부는 올 들어 범죄를 줄이고 사회질서를 회복하는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연초에 토니 블레어 총리는 반(反)사회적 행위를 뿌리뽑겠다며 '사회적 존경 회복 운동(Respect Action Plan)'을 발표했다. 학교 밖에서도 교사들에게 불량 학생 단속권을 준다는 방안이 같은 차원에서 나왔다.

새 법안에 따르면 고용주들은 채용 때 구직자의 성범죄 전력을 확인하지 않을 경우 최고 5000파운드의 벌금 처분을 받게 된다. 성범죄 사실을 알고도 채용했을 경우엔 최고 5년의 실형을 받게 된다. 성범죄 전과자가 이런 직종에 취업을 시도했을 경우에도 벌금이나 실형을 받도록 했다.

법안이 규정하는 미성년자와 관련된 일이란 각급 학교는 물론 아동병원.유치원 등 아동 또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모든 직업을 포함한다. 정규 직원뿐 아니라 파견직 사원에도 해당된다. 인터넷 채팅룸 운영자도 성범죄 확인 대상이다.

영국 교육부는 이 법안이 실행되기 전의 잠정 조치로 학교 등에서 교사를 새로 채용할 때 전과 기록을 반드시 조사하도록 했다.

고용주나 회사 측은 이미 채용한 직원이 미성년 성범죄와 관련된 것으로 확인돼 해고할 경우 이 사실을 관계 당국에도 알려 다른 관련 시설에 취업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법안은 미성년자 외에 스스로 자신을 보호할 수 없는 노약자.장애인 등 심신미약 성인(Vulnerable adult)도 대상으로 한다.

영국의 노동당과 보수당은 둘 다 이 법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법안은 원안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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