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공무원들 “휴일 지역축제에 왜 동원하나” 집단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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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 21~22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제13회 파주개성인삼축제’가 열렸다. 휴일인 이날 행사에 일부 시 공무원이 동원돼 음식점 서빙 등을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 파주시]

지난 21~22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제13회 파주개성인삼축제’가 열렸다. 휴일인 이날 행사에 일부 시 공무원이 동원돼 음식점 서빙 등을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 파주시]

휴일에 열리는 지역축제에 공무원이 동원되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 경기도 파주시와 파주시공무원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노조 측은 지난달 20일 지역 축제를 앞두고 파주시에 ‘축제 및 행사에 부당한 직원 동원 금지’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지난 21∼22일 파주시가 임진각에서 개최한 개성인삼축제에 일부 직원이 동원됐다.

“4시간 수당 받느니 쉬고 싶다” #파주시 “강제는 없었다” 해명 #일부선 “공무원 지역 봉사는 당연”

이번 축제 기간 13개 읍·면·동별 새마을부녀회가 각각 음식점 부스를 운영했다. 음식점 운영 지원 등을 포함해 이 행사에 동원된 시 직원은 이틀간 총 310명으로 집계됐다. 이덕천 파주시공무원노조위원장은 “식당 운영자의 사익 추구 행위에 공무를 수행하는 조합원을 동원해 서빙에서 식당 설치, 철거까지 하게 한 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식당 운영 지원에 동원된 공무원이 이틀간 70여 명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면사무소 직원 A씨(34·여)는 “강제동원은 아니라지만 직원 대부분이 참여하는 분위기라 눈치가 보여 나왔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6급 이하 공무원의 경우) 4시간까지 초과근무 수당을 받지만, 시간당 1만원가량의 수당을 받느니 쉬는 걸 원한다”고 말했다.

파주시 관계자는 “올해는 시 공무원을 예년과 같이 강제동원도 하지 않았고, 상당수는 행사 진행이나 교통 안내 같은 일을 위해 참석한 직원”이라고 해명했다. 한 읍장은 “식당을 운영한 새마을부녀회는 봉사단체인 데다 크고 작은 지역 행사를 비롯해 평소에 많은 활동을 하는 단체”라며 “자율적으로 참석한 직원들이 서로 나눠 4시간가량 봉사활동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상인 박모(58)씨는 “과거엔 나오라고 말하지 않아도 공무원들이 나왔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공무원의 지역봉사는 당연한 거 아니냐”며 “신세대 공무원의 등장과 공직 사회의 세태변화가 반영된 것 같다”고 했다. 충북 청주시에서도 지난달 15일 열린 전국장애인체육대회 개막식에 직원들을 동원하려다 노조 측과 마찰을 빚었다. 엄태석 서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직사회의 변화를 반영, 주민과 공무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행사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파주·수원·청주=전익진·김민욱·최종권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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