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북핵규탄 결의 3건 중 2건 기권 … 야당 “핵 위협 커졌는데”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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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 규탄이 포함된 유엔 결의안 3건 중 2건에 기권 의사를 표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외교부는 “전체적인 국익을 고려했다”고 말했지만 야권을 중심으로 “국제흐름에 동참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27일 핵무기 철폐 등 담긴 내용 표결 #정부 “2015년 이후 일관된 입장”

지난 28일 유엔총회 제1위원회(군축·국제안전 담당)를 이끄는 무함마드 후세인 바르 알루룸 이라크 대사는 27일(현지시간) ‘핵무기 전면 철폐를 향한 공동의 행동’을 주제로 하는 결의 ‘L35호’를 찬성 144표, 반대 4표, 기권 27표로 채택했다고 밝혔다.

일본이 발의한 이 결의안에 북한·중국·러시아·시리아 등 4개국이 반대표를 던졌고, 한국은 기권했다. 미국은 찬성했다. 한국은 이날 채택된 ‘핵무기 없는 세상을 향하여(L19)’ 결의안에도 기권했다. 반면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L42)’에는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해 찬성표를 던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결의안에) 북핵 문제가 어떻게 담겨 있는지, 우리 안보 정책 방향과 배치되는 점은 없는지, 문안의 취지가 균형에 맞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고 이는 2015년부터 일관된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중 특히 L35호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는 ‘핵무기로부터 평화롭고 안전한 세계에 대한 약속을 재확인’하면서 핵확산금지조약(NPT) 이행의 중요성 등을 강조했다. 아울러 최근 북한이 빈번하게 반복하고 있는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단호한 규탄을 재확인하는 내용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 결의안에는 특정국(일본)의 원폭 피해가 강조돼 있어 문제가 있다고 보고 기권했다”며 “원폭 피해자의 6분의 1(2만여 명)이 한국인인 만큼 역사 문제를 고려해야만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결의안엔 “(원폭 피해를 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정치 지도자들의 최근 방문을 환영한다”는 언급이 들어 있다.

하지만 야권은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한 상황에서 미국 등 우방이 찬성한 결의안에 기권한 게 적절했나”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의 바른정당 간사인 정양석 의원은 “L35호에 대해 미국도 지난해까지 반대했지만 이번엔 찬성으로 돌아섰다”며 “북핵이 완성 단계에 있고 북핵 위협이 높은 상황에서 외교부가 관행 또는 관성대로 하지 말고 이번엔 입장을 달리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적 흐름에 적극 동참했어야 했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편 핵군축을 강조하며 ‘핵무기금지조약’의 이행을 촉구하는 결의 19호에 대해선 미·중·러·영·프 등 핵 보유국은 물론 이들로부터 핵우산을 제공받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국가와 일본 등도 반대 또는 기권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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