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한은의 ‘긴축 깜빡이’ 가까워진 금리 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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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6개월간 역대 최저 수준에 머무른 기준금리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달 동결했지만 “경기 여건 성숙” #“0.25%P 인상을” 6년 만에 소수의견 #이미 시장금리는 상승세로 돌아서 #한은, 미국에 앞서 내달 인상 가능성 #올 성장률 전망치도 3%로 높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9일 전체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1.2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시장의 예상대로였다. 관심은 시장에 어떤 신호를 주는가였다. 이주열 총재는 금통위 전체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경기 여건이 금융 완화 정도를 줄여나갈 정도로 성숙했다”고 말했다. 긴축 신호였다. 지난 6월에 이어 다시 깜빡이(통화 긴축 신호)를 켰다.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금통위원의 소수 의견도 6년1개월 만에 나왔다. 이일형 금통위원이 0.25%포인트 인상을 주장했다. 소수 의견은 시장에서 금리 조정의 신호로 여겨진다. 실제로 지난해 4월 소수 의견이 나온 뒤 6월 금통위에서 금리가 인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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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라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7명의 금통위원 중 이 위원은 중도파로 분류된다. 매파(통화 긴축)로 분류된 이 총재와 윤면식 부총재에 이 위원이 가세하며 금리 인상 주장에 무게가 실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금리 인상을 위한 전제조건에도 다가서는 모습이다. 한은은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2.8%에서 3.0%로 상향 조정했다. 4월(2.5→2.6%)과 7월(2.6→2.8%)에 이어 세 번째 전망치를 높였다. 정부의 경제성장률 목표치,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와 같다.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도 7월 전망치(1.9%)에서 0.1%포인트 오른 2.0%로 전망했다. 한은의 물가 목표 수준에 근접한 수치다.

이미 시장은 금리 인상 쪽으로 쏠리고 있다. 이날 국고채 3년물은 전일보다 0.071%포인트 올라 2.006%로 장을 마쳤다. 2년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은 다음달 30일 열리는 마지막 금통위 정례회의를 주목하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연내 금리 인상을 시사한 가운데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어서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는 12월 12~13일(현지시간) 열린다.

한은이 11월에 금리를 동결하고 Fed가 12월에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 한국과 미국의 금리 수준이 역전된다. 이렇게 되면 국내에 투자한 외국 자금의 유출이 우려된다. 이런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해 한은이 11월에 금리를 올릴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북핵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에도 예상보다 빠른 인상 시그널이 나왔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금통위가 올해 12월 FOMC 결정을 지켜본 뒤 내년 초에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경기 개선세가 이어질지, 북핵 위기 같은 외부 변수가 생길지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 총재도 “경제 성장 경로가 기조적인지, 일시적인지 판단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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