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개입' 러 '댓글 요원'의 교재는 미드 '하우스 오브 카드'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미국 대선 당시 이른바 '댓글 공장'에서 활동한 요원들이 미국 정치를 사전에 공부하기 위해 미국의 인기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넷플릭스가 제작한 인기 '미드(미국 드라마)'로, 미 본토뿐 아니라 한국 등 해외 곳곳에서 큰 인기를 얻은 바 있다.

[사진 CNN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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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댓글 공장'으로 알려진 러시아의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INA) 영어분과 전직 요원이라고 밝힌 한 인물은 러시아의 독립 TV 방송사 '레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INA는 앞서 미 수사당국의 러시아 대선개입 수사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운용한 비밀 선전부서인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야후 뉴스는 이를 16일(현지시간) 인용해 보도했다.

막심(익명) 전 요원은 자신이 2015년 초까지 18개월간 INA서 근무하며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로 유력했던 힐러리 클린턴을 비난하는 콘텐트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또, INA에서 처음 근무하는 직원들은 의무적으로 '하우스 오브 카드'를 시청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 드라마를 통해 영어 실력과 미국의 기본적인 정치 문화를 배우도록 했다는 것이다.

[사진 CNN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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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 '권력의 화신'으로 그려지는 여주인공을 힐러리와 동일시해 힐러리의 '부정 스캔들'에 맞춰 악성 댓글과 악성 콘텐트를 만들어 내는 데에 이용했다고 밝혔다. 드라마를 토대로 힐러리 클린턴이 남편 빌 클린턴의 대통령 재임 당시 행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부정한 돈을 만졌으며, 개인적인 이메일 서버를 사용했다는 것 등 다양한 여론조작 콘텐트를 양산한 것이다.

막심은 "우리는 자신의 정부에 맞서는 미국인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 일했다"면서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의 유력 매체의 기사 댓글에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불안감을 야기하고, 불만을 만들어내고, 오바마 대통령의 평가를 떨어뜨리는 내용을 주로 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나 많은 '좋아요'를 얻느냐가 댓글 성공의 기준이 됐다"고도 했다.

[사진 CNN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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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우리는 미국의 세제 문제, 게이 등 성소수자 문제, 총기 문제 등 미국의 기본적인 문제를 모두 알아야 했다"면서 "동성애자에 대한 원색적 비난은 '좋아요'를 끌어내는 데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고 덧붙였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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