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한 여성들이 손에 화학무기 묻히고도 다치지 않은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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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TV 보도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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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 공항에서 화학 무기 공격으로 암살 당한 김정남. 그를 살해한 여성들은 손에 화학 무기를 들고 김정남의 얼굴에 바르는 수법으로 암살을 자행했다. 얼굴에 닿은 것만으로도 사람의 목숨을 잃게 하는 화학무기가 왜 이를 운반한 여성들에게는 해를 입히지 않은 걸까.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최근 암살범으로 지목된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25)와 베트남인 도안 티 흐엉(29)이 재판에 제출된 증거물을 분석한 화학자의 말을 인용해 이같은 의문에 접근했다.

WSJ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화학무기분석센터는 김정남의 옷, 흐엉의 옷과 손톱에서 알킬염화물을 발견했다. 알킬염화물은 독성이 있긴 하지만 가장 강력한 신경안정제로 불리는 VX 수준까지는 아니다.

후지TV 보도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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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무기센터는 이 물질이 다른 물질과 결합해 VX를 형성하는 전구체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다른 물질이 무엇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화학전문가들은 황을 함유한 유기인산화합물이 VX를 만든 두 번째 전구체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물질은 흔히 살충제에 사용되는 화합물이다.

두 여성이 각각 김정남의 얼굴에 바른 두 가지 물질이 VX로 합성돼 몇 분 안에 혈류 안으로 스며든 것으로 전문가들이 추정하는 이유다.

김정남 살해 혐의를 받는 시티 아이샤(왼쪽)와 도안 티 흐엉. [중앙포토]

김정남 살해 혐의를 받는 시티 아이샤(왼쪽)와 도안 티 흐엉. [중앙포토]

조사 과정에서 유기인산화합물이 발견되지 않은 것은 이 물질이 특히 습한 환경에서 빠르게 분해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유기인산화합물은 분해되면서 썩은 달걀 냄새와 산(酸)을 남기는데 실제로 김정남과 아이샤에게서 산 성분이 검출됐다고 WSJ는 전했다.

아이샤와 흐엉은 김정남의 얼굴에 화학물질을 바른 뒤 화장실에서 곧바로 손을 씻어낸 것으로 조사됐다.

후지TV 보도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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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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