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연 정책은 반쪽짜리, WHO 담배협약 이행 불성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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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가 한국의 담배 규제는 반쪽짜리 정책에 불과하다는 모니터링 결과를 내놨다. [중앙포토]

WHO가 한국의 담배 규제는 반쪽짜리 정책에 불과하다는 모니터링 결과를 내놨다. [중앙포토]

한국은 담뱃값 인상, 경고그림 도입 등의 담배 규제 정책을 펴고 있다. 과연 한국의 금연 정책은 어느 정도 평가를 받을까. 세계보건기구(WHO)는 올해 발간한 세계흡연실태보고서에서 한국이 담배규제기본협약(Framework Convention on Tobacco Control, FCTC)을 불성실하게 이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6개 조항 중 판촉·후원금지 조항 등 2개는 이행조차 하지 않고 있다.

담뱃갑 인상 등 6개 조항 중 3개 '이행 전무' #2017 WHO 세계흡연실태보고서 #담뱃값 올렸다지만 #1인당 GDP대비 담뱃값 10년째 그대로 #금연구역 설정도 반쪽짜리 #담배 회사 후원 '사회적 책임'이라며 허용 #금연 지원 정책은 잘한다 평가 받아

FCTC은 세계가 담배를 근절하기 위해 공동 노력을 기울이기로 약속한 것이다. WHO는 실용적이며 이행 가능한 6개의 담배 수요 감소 조치(MPOWER)를 선별해 회원국의 MPOWER 이행 수준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해서 2년마다 세계흡연실태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WHO는 담뱃세 인상을 가장 효과적인 담배규제 정책으로 꼽는다. 가격이 높아지면 소비자가 담배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져서 자연스럽게 담배 소비가 감소한다고 본다. 또 담뱃세를 거둬 담배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05년 이후 10년 만인 2015년 평균 담배가격을 종전의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했다. 담뱃세의 비율은 62%에서 73.8%로 증가했다. 하지만 보고서에서는 1인당 GDP 대비 담배가격 비율이 가격 인상 전후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담뱃세 인상에서 '어느 정도 이행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실효성이 약하다는 의미다.

'더원'은 2014년까지 한값에 2500원 이던 것이 2015년 담배값 인상으로 이제는 4500원이 됐다.[중앙포토]

'더원'은 2014년까지 한값에 2500원 이던 것이 2015년 담배값 인상으로 이제는 4500원이 됐다.[중앙포토]

금연구역 정책도 미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는 2011년부터 금연구역을 확대하고 있지만, 교육시설과 보건시설을 제외한 공공장소에서는 흡연이 일부 허용된다. WHO는 식당·커피숍·술집·바 등을 모두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것을 요구한다.

마지막으로 담배 광고, 판촉·후원 금지 조항이다. 우리나라의 이행 실적이 매우 저조하다. 협약에 따르면 모든 형태의 담배 광고·판촉·후원 활동을 금지하도록 권고하지만 한국은 담배 광고와 판촉을 일부 허용한다. 또 사회적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후원 활동을 허용하고 있다.

매년 700만 명을 각종 질병으로 숨지게 하는 흡연. [중앙포토]

매년 700만 명을 각종 질병으로 숨지게 하는 흡연. [중앙포토]

이 외에 3개 조항에서는 '어느정도 이행' '완전 이행' 평가를 받았다. 금연 상담 전화와 금연 보조제 지원 등 금연을 지원하는 서비스, 담뱃갑에 위험성을 경고하는 경고그림 부착, 성인·청소년의 담배 사용 실태 등을 모니터링하는 조항이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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