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측에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항소심 첫 재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삼성 변호인단이 증인 채택을 두고 언성을 높였다.
28일 서울고법 형사 13부(정형식 부장판사)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삼성 측 변호인단은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와 김종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특검팀은 이에 반대했다.
변호인단은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승마 지원과 관련해 말 소유권이 애초 삼성 측에서 최씨로 넘어가게 된 경위를 따져보자고 주장하며 덴마크 말 중개업자 A씨와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 등 10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앞서 1심은 이 부회장 등 삼성 측이 최씨에게 말의 소유권을 이전해 정씨를 지원하는 방법으로 뇌물을 제공했다고 인정했다.
이에 변호인단은 말 거래 과정을 상세히 알고 있는 A씨와 박 전 전무 등을 통해 1심의 유죄 근거를 무산시키겠다고 계획했다.
그러나 특검팀은 A씨의 공범 지위 때문에 증인 신문을 하더라도 신빙성이 낮다며 증인 채택에 반대했다.
특히 형사소송법상 1심에서 신문한 증인을 항소심에서 부르려면 새로운 증거를 발견하는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삼성 측은 "1심 때 특검이 해당 증인들을 장시간 신문에 우리는 제대로 신문하지 못했다"며 반발했다.
권순익 삼성 측 변호사는 "제가 변호인 명예를 걸고 이야기했을 때 과연 특검이 1초라도 신문 기간이 짧은지 1심 때 기록을 확인해 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씨 신문을 하지 못한 것은 특검의 정씨 '보쌈 증언' 때문이며 특검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지난 7월 11일 최씨 신문 예정이었던 특검이 갑자기 정씨를 출석시켰고, 이 때문에 최씨가 법정에서 증언을 거부해 이 부회장의 무죄를 밝히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주장이다.
이에 특검은 "변호인이 '보쌈 증언'이라는 모욕적인 표현을 썼는데 굉장히 유감"이라며 "최씨 증인신문 일정은 이미 정해져 있었는데 정씨와 무슨 상관이냐"고 항의했다.
양측의 신경전은 20분 간 이어졌다. 이에 재판장은 "그만하라"면서 "한두마디 의견을 개진하는 정도로 끝나야지 계속 공방이 오가는 것은 앞으로도 허용하지 않겠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날 재판부는 변호인단이 증인으로 신청한 덴마크 말 중개업자 A씨를 증인으로 채택한 반면, 박 전 전무와 김 전 차관의 증인 채택은 일단 보류했다.
또 양측의 신청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날 재판에 이 부회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음 재판은 10월 12일 오전 10시 312호 법정에서 열린다. 이날은 이 부회장이 출석해야 한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