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롯데마트 결국 매각…사드 보복 못 견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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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가 결국 손을 들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 이후 잇단 중국의 영업정지 조치에 7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하며 버티다 결국 6개월 만에 중국 롯데마트를 매각하기로 했다.

중국 내 롯데마트 87%가 6개월째 영업정지 #화장품, 식품 업체도 손실 커지면 기로

롯데마트는 최근 중국 내 롯데마트 처분을 위한 매각 주관사로 골드만삭스를 선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중국 내 112개 매장 전체를 매각하는 것이 목표고, 협상 조건에 따라서 일부만 매각할 수도 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중국 롯데마트의 시련은 지난해 9월 시작됐다. 정부가 사드 배치 부지로 경북 성주군에 있는 롯데스카이힐 성주CC를 지정하면서다. 사드 배치에 불쾌감을 드러내던 중국이 한류 금지령(限韓令·한한령)을 내리며 보복에 나섰고 부지를 제공한 롯데는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롯데마트는 지난해 11월부터 소방점검, 세무조사 등 불시 단속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벌금 부과 등에 이어 올 3월부터 매장에 대한 영업정지가 시작됐다. 현재 전체 매장의 77%인 87곳이 문을 닫은 상황이다. 나머지 점포도 사실상 휴점 상태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매장이 전기를 많이 쓴다며 영업정지를 시키는 식이니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매출은 급감했다. 올 2분기 중국 롯데마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2840억원)의 10%에 불과한 210억원이다. 현재 상황이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연간 매출 감소액이 1조원에 이른다.

그럼에도 그간 롯데마트는 철수할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롯데는 롯데마트 외에도 롯데백화점 등 여러 계열사가 중국에 진출해 있다. 롯데마트가 철수하면 사실상 중국 사업 전체를 접어야 하는 위기로 몰릴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롯데는 올 3월 중국 롯데마트에 3600억원을 긴급 지원했고, 최근 3400억원을 추가로 수혈키로 했다. 영업 정지 상태여도 임금(일부)이나 관리비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3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절대적으로 중국에서 계속 사업을 하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고경영자의 의지에도 결국 매각을 결정한 것은 더 이상의 손실을 감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익명을 요구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풀릴 줄 알았던 두 나라 관계가 더 나빠질 조짐을 보이자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간 롯데마트는 중국 사업에 3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2007년 중국에서 운영 중이던 네덜란드 마크로 매장 8곳을 인수하면서 중국에 진출했는데 당시 인수 비용만 1조2000억원이다. 롯데마트가 매각을 결심한 데는 사업 철수시 발생할 위약금 부담이 영향을 미쳤다. 매장을 임대해서 운영하는 만큼 임차계약 만료 전에 매장을 철수하면 물어야할 위약금 액수가 크기 때문이다. 일부 매장은 계약기간이 10년 가까이 남았다. 롯데마트 측은 매각 조건에 이런 상황에 대한 조항도 넣을 계획이다.

매각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중국 내 유통업체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포화 상태라는 지적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중국 진출을 꾀하거나 중국 사업을 확장하려는 외국계 대기업이 관심을 가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절벽으로 몰린 것은 롯데마트뿐만 아니다. 지난달 말 현대자동차의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는 중국 현지 공장 5곳 중 4곳의 가동이 일주일간 중단됐다. 부품업체인 베이징잉루이제(北京英瑞傑)가 밀린 대금 지급을 요구하며 납품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이달 초에도 창저우 공장(4공장)이 또 다시 부품 납입 중단으로 멈췄다. 이마트는 지난 5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중국에서 이마트를 전면 철수하겠다”고 밝히며 중국을 사업을 접었다.

화장품이나 식품업체도 기로에 서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 감소한 1304억원이다오리온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64% 감소했다. 모든 공장을 중국에 두고 있는 농심 중국법인도 올 상반기 매출이 14% 감소한 1276억원이다.

롯데의 경우 롯데 계열사 7곳이 참여해 2019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했던 대규모 프로젝트인 ‘롯데월드 선양’도 중국 관리당국의 불시 점검으로 9개월째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김수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에서 롯데나 현대차 등의 위기는 일시적인 상황도 아니고 다른 업종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때”고 지적했다.
최현주 기자 chj9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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