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살충제, 용가리 과자 … 그 와중에 휴가 떠난 식약처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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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류영진. [연합뉴스]

류영진. [연합뉴스]

류영진(사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유럽발 살충제 계란 파동이 확산되던 8월 초 취임한 지 한 달이 안 됐는데도 여름휴가를 다녀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휴가 중에 법인카드를 사용하고 부산시약사회 측의 이동 편의를 제공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총리 대책보고 앞두고 사흘 연가 #법인카드 쓰고 약사회 차량 의전도 #한국당 “취임 한달 안 돼 꼼수 휴가” #식약처 “직원 위해 법인카드 썼고 #휴가 가라는 대통령 지시 따랐을 뿐”

10일 식약처가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류 처장은 지난 7월 13일 취임한 지 25일 만인 8월 7~9일 연차휴가를 다녀왔다. 7월 20일 벨기에에서 살충제 계란 우려가 처음 제기됐고, 유럽연합(EU)에서 7일 “프랑스·영국·스위스 등도 조사해야 한다”고 발표하는 등 유럽 전역으로 파동이 확산되는 시기에 휴가를 떠난 것이다. 류 처장은 휴가에서 돌아온 8월 10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국내산 계란과 닭고기에서는 피프로닐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발언 5일 만에 국내산 계란에서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돼 허술한 업무 파악을 두고 거센 비판을 받았다. 또 계란 파동 직후인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국회의원들의 계란 파동 상황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해 강하게 질책을 받은 바 있다.

류 처장은 ‘용가리 과자’ 사고 관련 이낙연 총리 보고(8일)를 앞두고 휴가를 떠난 것으로 드러났다. 총리실 측이 4일 대책 보고를 지시했는데도 휴가를 간 것이다. 류 처장은 휴가 도중 8일 상경해 이 총리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식약처는 10일 해명 자료에서 “류 처장의 휴가는 국내 관광 활성화를 위해 여름휴가를 적극 활용하라는 문재인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이라며 “계란 수입 단계 검사 강화, 유럽산 알가공품의 유통·판매 잠정 중단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한 이후 휴가를 갔으며 휴가 중에도 전화·문자 등으로 업무 지시를 했다”고 밝혔다.

류 처장의 휴가가 공무원 규정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순례 의원은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에는 공무원으로 임용된 후 최소 3개월이 지나야 연차휴가가 발생하도록 규정돼 있는데 류 처장은 이를 위반한 ‘꼼수 휴가’를 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류 처장은 휴가 첫날 부산지방식약청을 방문하면서 부산시약사회 직원이 운전하는 차를 이용했다. 김 의원은 “류 처장이 부산시약사회 직원의 의전을 받은 것인데, 이는 (식약처 행정의)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으며 명백한 갑질 행위”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류 처장이 휴가 중 부산에서 식약처의 법인카드를 사용하고 여덟 차례에 걸쳐 법인카드를 토·일요일에 사용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류 처장은 휴가 첫날인 7일 부산에서 법인카드로 20만원을 결제했다. 부산지방식약청을 방문하면서 아이스크림을 사는 데 법인카드를 사용했다고 한다. 식약처는 부산지방식약청 방문, 이낙연 총리 보고 외 다른 휴가 일정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식약처는 해명 자료에서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에는 공무원이 된 지 6개월이 안 되더라도 3일간 연차휴가를 미리 당겨 쓸 수 있다”고 반박했다. 홍헌우 식약처 운영지원과장은 “류 처장이 자택이 있는 부산에 내려갔다가 비브리오패혈증 등 식중독 예방에 힘쓰는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부산지방식약청을 방문했다”며 “주말에 사용한 법인카드 8건은 비서실 직원이 집 근처 마트에서 손님접대용 다과 등 처장실 비품을 구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과장은 “류 처장이 특정 기관(부산시약사회)의 의전을 받은 게 아니라 아이스크림을 전달하러 가던 중 같은 방향으로 가는 지인과 동승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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