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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팔려온 나이지리아 소녀들 부두敎에 묶여 매춘생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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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001년 템스 강변에 떠오른 사지(四肢) 잘린 소년의 시신, 스페인 마드리드 교외 공원에서 아랫도리를 벗어던진 채 서있는 22살의 흑인여성. 두 사람은 모두 나이지리아인이며, 원시 종교인 부두(Voodoo)교에 사로잡힌 영혼들이었다.

지난달 영국 경찰은 나이지리아 인신매매범 일당 21명을 사지 잘린 소년의 살해 용의자로 체포했다. 부두교의 종교적 제의과정에서 소년이 제물로 바쳐졌다는 의혹이다. 선데이타임스 매거진 24일자는 나이지리아 매춘 이민과 부두교가 어떻게 연루돼 있는지를 고발했다.

아프리카에 광범하게 퍼져있는 부두교는 일종의 무속(巫俗)신앙, 애니미즘(Animism)적 범신론이다. 모든 생명체에 영혼이나 귀신이 있고, 무당이 그 영혼이나 귀신의 세계와 현실을 연결하는 영매(靈媒) 역할을 한다는 믿음이다. 부두교의 무당은 아직도 현실의 삶을 지배하는 절대적 권능을 누리고 있다.

'마담'이라 불리는 인신매매 조직의 헤드헌터(주로 전직 매춘부)가 시골의 가난한 소녀(주로 10대 후반)들에게 접근해 "유럽에서 떼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속삭인다. 그러나 그 대가로 송출비 약 3만파운드(4만8천달러)를 내라고 한다. 마담들은 "유럽에 가 일하면 그 정도는 금방 번다"고 거짓말한다. 매춘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속인다.

부두교는 심리적 올가미로 활용된다. 무당은 송출이 확정된 소녀들의 영혼을 저당잡는 의식을 올린다. 소녀들은 닭이나 거북이의 피를 바르고 생간을 먹는 등의 의식을 거친다. 송출금을 다 갚아야만 자유로운 영혼을 되찾을 수 있다는 주술에 걸리는 과정이다.

돈을 갚지 않을 경우 무당의 저주를 받아 병에 걸리거나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믿는다. 이렇게 영혼을 저당 잡히고 유럽으로 건너온 나이지리아 소녀는 최근 6~7년 수천명에 이른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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