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아플 때 주사 맞으면 치료 끝? 무릎 관절염 오해와 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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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관절염은 노화로 인해 생기는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이지만 적절한 운동과 생활습관 교정, 약물·수술 등을 통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 [중앙포토]

무릎 관절염은 노화로 인해 생기는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이지만 적절한 운동과 생활습관 교정, 약물·수술 등을 통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 [중앙포토]

서울 노원구에 사는 박모(57·여)씨는 5년 전부터 무릎 통증에 시달렸다. 비가 오거나 날이 추워지면 통증을 더 심하게 느꼈다. 통증 때문에 활동량이 줄고, 그러면서 체중이 5㎏이나 늘어 무릎에 부담이 커지는 악순환이 생겼다. 그러다 반년 전 병원에서 무릎 퇴행성 관절염 3기 진단을 받았다. 박씨는 수술을 받는 대신 약을 먹으면서 스트레칭과 허벅지 운동을 꾸준히 실천했다. 식이 요법을 병행해 체중을 9㎏ 줄인 결과 무릎 통증이 줄고 붓기도 가라앉았다. 박씨는 "수술을 하지 않아도 무릎 통증이 줄어서 신기하고 참 좋다. 친구들에게도 운동법을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노화, 외부 충격으로 발생하는 무릎 관절염 #날씨 따라 통증 심하면 이미 진행됐을 가능성 커 #약·주사로 써도 적절한 운동·스트레칭은 필수 #인공관절 나이·증상·영상진단 따라 선택해야

날이 선선해지면 찾아오는 '건강 복병’이 있다. 바로 무릎 관절염이다. 무릎 관절염은 뼈와 뼈 사이의 '쿠션' 역할을 하는 무릎 연골이 외부 충격과 노화로 닳거나 변형되면서 염증·통증을 일으키는 병이다.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이지만, 아는 만큼 충분히 예방·관리할 수 있는 병이다. 정형외과 전문의의 도움말로 무릎 관절염의 오해와 진실을 Q&A로 짚어본다.

무릎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은 날씨의 영향을 받는다?
2012년 미국에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무릎 관절염 환자 10명 중 5명 이상은 습도(67%)·기압(59%) 등 날씨에 따라 무릎 통증 강도가 달라진다고 답했다. 무릎 연골 자체에는 통증을 느끼는 신경이 없다. 통증은 무릎뼈를 감싼 연골이 벗겨져 뼛속 신경이 자극을 받아 발생한다. 무릎 관절에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관절액이 차 있는데, 기압이 떨어지면 뼈 안의 공간이 확장돼 관절액과 마찰을 일으키면서 통증도 심해진다. 날이 흐리고 추울 때마다 무릎 통증이 심해진다면 이미 관절염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므로 병원을 찾아 적절한 진단·치료를 받아야 한다.
무릎 관절염 환자는 무릎을 최대한 아껴야 한다?
연골은 한번 손상되면 재생되지 않는다. 무릎 통증이 심할 경우 휴식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움직이지 않으면 관절액이 줄어 무릎이 더 많이 굳는다. 또 운동량이 줄면 무릎을 붙잡는 허벅지·종아리 근육이 약해져서 관절염이 더 심해진다. 약 등으로 통증을 줄이면서 적절한 강도의 운동을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운동을 통해 체중을 줄이면 관절이 받는 부담도 감소한다. 일주일에 3번, 30분 씩 가볍게 걷기·달리기를 실천하거나 허벅지 근육을 단련하는 실내 자전거 타기, 스트레칭 등을 꾸준히 하는 게 도움이 된다. 
'연골 주사'로 무릎 관절염을 치료할 수 있다?
이른바 '연골 주사' 등 연골·관절액을 구성하는 성분인 '히알루론산'을 보충해주는 주사다. 연골을 만드는 효과는 없다. 초기·중기에 맞으면 일시적으로 염증 억제, 진통 효과가 있지만 말기에는 효과가 적다. 오히려 자주 맞으면 감염의 위험이 커져 주의해야 한다. 관절에 세균이 침투하면 치료도 어렵고, 심한 경우 인공관절 수술을 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소위 '뼈 주사'로 불리는 스테로이드 주사도 자주 반복해서 맞으면 감염의 위험이 있고 뼈가 삭는 무혈성 괴사증이나 부신피질호르몬 결핍증 등 전신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1년에 4회 이상 맞지 않아야 한다.
관절염 약도 내성이 있다?
관절염 약으로 쓰이는 진통제는 내성이 없는 비마약성 진통제다. 평소 먹던 관절염 약이 어느 순간 효과가 없다고 느끼는 건 관절염이 진행돼 통증이 심해졌기 때문이지 내성이 생긴 게 아니다. 무턱대고 약을 멀리하면 통증이 더 심해져서 약을 한번에 많이 먹게 돼 더욱 위험하다. 장기간 다량의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면 위·신장 질환 위험이 커지므로 적절한 운동을 병행하고, 필요한 경우 주치의와 상담해 다른 관절염 약으로 대체하는 게 바람직하다.
'무릎 관절염' 아는 만큼 예방할 수 있어요

인공관절 수술은 늦게 할수록 좋다?
인공관절은 주로 ▶고령이면서 ▶약·주사로 통증이 잡히지 않는 ▶말기 관절염 환자에 적용되는 수술이다. 인공관절은 자기 관절보다 움직이는 각도가 적고, 재수술을 할 경우 감염 등의 위험이 크므로 최대한 늦게 하는 게 좋다. 그렇다고 무조건 인공관절을 하지 않고 약·주사 치료만으로 버티는 건 피해야 한다. 요즘은 인공관절 소재와 수술법이 발달해 평균 15~20년은 사용할 수 있다. 수술 후 생활습관을 바꾸고, 적당한 운동으로 관리하면 충분히 오래 쓸 수 있다. 나이·증상, 영상진단 결과를 모두 고려해 적절한 시기 수술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도움말 힘찬병원 이수찬 대표원장, 서울아산병원 이범식 교수, 강동성심병원 이병훈 교수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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