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과 56분간 통화 "한반도 두번 전쟁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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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56분간 전화통화를 했다. 양 정상은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는데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북한의 미사일 도발 행위에 대해 긴밀히 공조하기로 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이날 통화는 지난달 28일 북한의 2차 ICBM급 도발 이후 열흘만이며, 지난 5일 문 대통령이 여름휴가에서 서울로 복귀한지 이틀만이다. 야권은 두 정상의 통화가 이뤄지지 않자 이른바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 한국을 배제한 채 미ㆍ일ㆍ중 등이 한반도 문제를 논의) 에 대한 우려를 제기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전 청와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전 청와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 대통령은 북한의 2차 도발 직후 이뤄진 한ㆍ미 연합 미사일 발사 훈련과 관련, “한ㆍ미 양국이 동맹차원의 강력한 대응조치를 즉각 실시하고, 또한 미국이 굳건한 한국과의 방위공약을 바탕으로 다양한 대북 무력시위조치를 취해준 점을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의 방위력을 향상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나갈 필요가 있다”며 “이의 일환으로 지난 7월 한ㆍ미 정상회담시 협의한 미사일지침 개정 협상이 원만하게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지난 6일(한국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만장일치로 채택한 새 대북 제재 결의안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전 이사국들의 만장일치로 사상 유례없이 강력하고 포괄적인 대북 제재 결의안을 채택하는 매우 중요한 상황 변화가 있었다”며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강력한 압박과 제재를 가하는 등 확고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도 “중국 및 러시아와 협조해 전례없이 강력한 결의 채택을 이루어낸 것을 평가한다”며 “이번 결의가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통화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대북 대화 제안 등에 관심을 표하고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에 관심을 보였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의 참상이 일어나는 것은 용인할 수 없는 만큼, 북한 핵문제를 궁극적으로는 한·미간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평화적, 외교적인 방식으로 해결해야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지난달 17일 제안한 남북 적십자회담 및 남북 군사당국회담은 인도적인 조치이자 우발적 군사충돌 방지를 통한 긴장완화를 위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과 관련한 얘기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한ㆍ미 동맹을 위해 막대한 국방예산을 지출하고 있다”면서 “막대한 대한 무역 적자를 시정하고 공정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한·미 FTA를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ㆍ미 FTA 협정은 양국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며 “안보분야의 동맹과 함께 경제분야 협력의 근간이 되는 협정이 기존의 성과를 바탕으로 양국에 더욱 호혜적인 방향으로 발전되어 나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늦어도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방한해 줄 것을 초청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시일내 방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조만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도 통화할 예정이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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