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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 쌓였는데 … 주미 대사, 정부 출범 석달째 결정 못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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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의 4강국 대사 임명이 늦어지고 있다. 6일로 문재인 정부 출범 89일째를 맞지만 북한 핵과 미사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문제 등 주요 현안의 정부 간 가교 역할을 해줄 핵심 인사를 아직 선보이지 못한 것이다.

주중 대사는 문 대통령 측근 노영민 #중국과 격 맞출 인물 찾기 어려움 #현 안호영 대사 4년 3개월째 재임 #미국선 유력 인사로 교체 요구설

청와대 관계자는 6일 춘추관(기자실)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정부 조각 인사가 먼저고, 그걸 마무리하면 곧바로 공관장(4강 대사) 인사가 진행될 것”이라며 “주요 공관장 인사는 상대국 입장을 조율하고 배려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4강 대사 인선은 거의 준비가 됐다”면서도 “언제 발표할지는 기다려 봐야 한다”고 했다. 여러 후보군에 대한 기초적 검증 작업은 이미 진행을 마쳤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4강 대사의 조속한 임명 필요성을 잘 알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핵심 동맹국인 미국 대사를 아직도 낙점하지 못해 나머지 대사 인선도 차례로 늦어지고 있다. 4강 대사 중 주미 대사가 가장 중요한데 이를 결정하지 못해 나머지 대사 발표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누가 후보군인지에 대해서도 깜깜이다.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을 도왔고 주 영국 대사를 지낸 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낸 권오규 KAIST 교수, 지난 정부에 이어 새 정부에서도 유임된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 주러시아 대사 출신의 위성락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객원교수 등이 하마평에 오르지만 누가 유력한지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들은 함구하고 있다.

외교에 밝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한 의원은 “이름이 나오고 있지 않아서 내가 오히려 궁금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국가안보실장과 외교부 장관, 주미 대사가 어떻게 역할을 분담하느냐에 따라 관료 출신이 갈 수도 있고, 비관료 출신이 갈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노영민 전 의원이 주중 대사로 사실상 낙점되면서 격(格)을 맞추는 것도 인사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에 실세를 보내면서 미국에는 그보다 약한 인사를 보내면 미국 입장에선 환영할 만한 카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주미 대사 결정이 늦어지자 미국 조야에선 한국 정부를 향해 “문 대통령과 가까운 인물로 주미 대사를 서둘러 교체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안호영 현 주미 대사를 지난 6월 30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이전에 교체했어야 한다는 건 정부 내에서도 나오는 목소리다. 안 대사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5월 공식 임명된 뒤 4년3개월 가까이 대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주일 대사로는 노무현 청와대에서 국제의전비서관을 지낸 하태윤 주오사카 총영사, 한·일 의원연맹 부회장을 지낸 김성곤 전 민주당 의원 등이 거론된다. 주러시아 대사로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간사 출신인 오영식 전 민주당 의원과 러시아 근무 경력이 있고 노무현 청와대에서 외교비서관을 지낸 장호진 국무총리 외교보좌관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한편 휴가에서 돌아온 문 대통령은북한의 잇따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시험발사와 관련한 대응을 논의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조만간 통화할 예정이다.

허진·위문희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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