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이전 반대 서명인줄 알았다"…군위군수 주민소환 서명한 군민 30% 이의신청

대구통합공항(대구국제공항+K2 군공항) 경북 군위군 이전을 놓고 반대 측 주민들이 김영만 군위군수에 대한 주민소환 운동을 추진 중인 가운데 이전 찬성 측 주민들이 맞대응에 나섰다. 주민소환투표 청구인 서명부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선관위에 제출하면서다.

지난 21일 경북 군위군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박한배 군위군 통합신공항 유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왼쪽)이 이의신청서를 제출하고 있다. [사진 유치위]

23일 군위군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경북 군위군 통합신공항유치추진위원회(이하 유치위)는 지난 21일 선관위에 주민 1177명의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와 함께 서명부 열람 기간(7월 15~21일) 동안 개별적으로 57명이 이의신청을 했다. 모두 합쳐 1234명이다.

이의신청 711명 이상 접수되면 군수 주민소환 무산 #"이의신청 주민 대부분 주민소환 서명인지 몰랐다"

이들은 통합이전대구공항 유치반대추진위원회(이하 반추위)가 벌인 서명운동에 참여한 것을 철회하거나 서명 사실을 부인하며 이의신청을 했다.

김영만 군위군수. [사진 군위군]

앞서 반추위는 김영만 군위군수에 대한 주민소환을 추진하며 주민들로부터 서명운동을 벌였다. 지난달 26일 반추위는 주민 4023명의 서명이 담긴 서명지를 선관위에 제출했다. 김 군수가 통합대구공항 유치를 일방적으로 강행해 군민의 행복추구권과 재산권이 침해됐다며 반추위가 지난달 24일부터 추진한 서명이다.

군수 주민소환 투표를 하기 위해선 지역 유권자 15% 이상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군위군 전체 유권자 수는 2만2075명이다. 이 중 15%인 3312명의 서명을 받으면 주민투표가 시작된다.

반추위가 제출한 서명지가 모두 인정될 경우 최소 서명인원보다 711명 넘어서게 돼 김 군수의 직무가 즉시 중지되고 주민투표가 이뤄지게 된다. 주민투표에서 주민 3분의 1 이상이 투표하고, 투표자 50% 이상이 찬성하면 군수는 해임된다.

하지만 이의신청을 한 주민이 서명인원의 30.7%인 1234명에 이르면서 주민투표 실시 여부는 불투명하게 됐다. 주민들의 이의신청 중에서 711건 이상이 받아들여지면 주민소환투표 청구는 요건을 잃는다.

유치위 측은 "이의신청을 한 주민 대부분은 주민소환에 대한 취지를 잘못 이해하고 김 군수에 대한 소환을 위한 서명인지 몰랐다"고 지적했다. 한 유치위 회원은 "이의를 신청한 서명인의 수가 30%에 달한다는 것은 그동안 제기돼 왔던 서명 과정의 여러 의혹들을 뒷받침하는 결과"라며 "의혹이 큰 만큼 서명부에 대한 전수조사 등 면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군위군 지역사회에선 이 서명이 김 군수에 대한 주민소환이 아니라 대구공항 이전 반대 서명인 줄 알고 참여한 경우가 상당수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와 함께 '주민소환투표에 서명하면 군수에게 불이익 받는다' '서명 철회하지 않으면 여기 못 산다'는 '거짓말로 군민들을 속여 서명을 받아 낸 것' 등 의혹들도 제기돼 왔다.

지난 2월 경북 군위군 우보면 한 도로에 대구통합공항 유치를 반대하는 현수막들이 걸려 있다. 군위=김정석기자

반추위가 서명지를 제출할 당시 김영만 군수는 섭섭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서울보다 땅이 넓지만 인구는 2만4000여 명인 곳이 군위군이다. 개인적 욕심으로 공항 유치 행보를 한게 아니다"면서 "서명지를 받는 과정에 탈·불법이 있는지를 선관위 측에서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통합대구공항 이전은 지난해 7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실상 직접 지시를 내리면서 국방부와 대구시가 추진해 왔다. 국방부는 2월 16일 군위군 우보면과 의성군 비안면·군위군 소보면 2곳을 공항 예비이전후보지로 확정했다.

군위=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대구 동구에 위치한 대구국제공항 전경. [사진 대구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