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Q&A> 11살 늙은 소에서 광우병 발병...수입가능성은 ‘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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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됐다. 2012년 이후 5년 만이다. 미 농무부는 18일(현지시간) 앨라배마주의 가축 시장 시찰 과정에서 11살짜리 암소 한 마리에서 ‘비정형 소해면상뇌증(BSE·광우병)’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소는 가축 시장으로 이송됐다가 죽었고, 도축 등 공급 단계로 넘어가진 않았다는 게 농무부의 설명이다. 미 농무부는 “이번 발병은 안전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으며 미국의 ‘광우병 위험경미국가(최고 지위)’ 등급이나 무역 거래에도 아무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당장 대외 수출을 중단할 생각이 없다는 의미다.

2012년 이후 5년 만에 美 광우병 발견 #상대적으로 위험도 낮은 비정형 광우병 #한국은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 #농식품부, 현물검사 3%→30%로 상향 #수입중단 조치는 아직 안 해

미 농무부의 통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19일 오후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역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에서 ‘광우병’이란 단어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광우병은 2008년 한국 사회를 극한 대립으로 몰고 간 적이 있다. 이런 학습효과 탓에 광우병은 진위 여부를 떠나 발병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불안감을 키운다. 광우병에 관한 진실과 오해를 문답으로 풀어봤다.

소해면상뇌증(BSE·광우병)이 무엇인가?

“소에서 발생하는 만성 신경성 질병이다. 발생 초기 유럽에서 ‘침을 흘리고 난폭해지는 소의 외부 증상‘ 때문에 광우병(Mad Cow Disease)이라 불려졌다. 연구 결과 ’소의 뇌에 작은 구멍이 생겨 발병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후 BSE(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라고 정식 명명됐다.  

정형과 비정형은 무슨 차이가 있나?

“BSE는 정형(classical)과 비정형(atypical)으로 나뉜다. 정형 BSE는 소로 만든 육골분(肉骨粉)이 들어 있는 사료 등 오염된 사료를 섭취해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소를 비롯한 반추동물의 사료에 포유동물 단백질을 포함하는 것을 금지하는 사료금지법을 1997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2009년부터는 고위험 조직 물질을 모든 동물의 사료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강화된 사료금지법을 시행 중이다.

비정형 BSE는 8살 이상의 나이 든 소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다. 아직 뚜렷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정형에 비해 위험이 낮다는 게 국제수역사무국(OIE)의 판단이다. 2000년 이후 미국에서 발생한 5건의 광우병 가운데 2003년 1건을 제외한 나머지 4건은 모두 비정형 BSE였다.”

비정형 BSE에 걸린 소를 먹으면 사람도 광우병에 걸리나?

“아직 확실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인간에게 옮겨지는 종류의 광우병인지 검증되지 않았다는 견해가 있고, 인체 감역력이 있다는 견해도 있다.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서 안전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

5년 만의 발생인데 2012년과는 어떻게 다른가?

“2012년 4월 24일 캘리포니아주 목장의 젖소 한 마리에서 비정형 BSE 발병이 확인됐다. 2006년에 이어 6년 만에 나온 사례였다. 2008년 광우병 사태 이후 첫 발병이라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다. 검역을 중단하고, 안전성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당시 정부는 현물 검사 비율을 3%→10%→30%→50%로 단계적으로 높이는 수준에서 대응했다. 실제로 미국 쇠고기를 수입하는 유럽연합(EU)·일본·캐나다·멕시코·홍콩 등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젖소라 상대적으로 우려가 덜한 측면도 있었다. 30개월 이상 된 젖소 고기는 미국에서 주로 가공용 원료로 사용된다.”  

광우병에 걸린 소가 한국에 수입될 가능성은 없나?

“매우 희박하다. 한국으로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는 들어올 수 없다. 물론 비정형 BSE가 30개월 미만 소에서 나타난 사례(일본 2건)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30개월 미만 소도 도축 과정에서 뇌·척수·머리뼈 등의 특정위험물질(SRM)은 제거하고 수입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한국으로 쇠고기를 수출할 수 있게 승인된 현지 도축장·가공장은 총 65곳이다. 이번에 BSE가 발견된 앨라배마주에는 한국으로 쇠고기를 수출하는 도축장·가공장이 한 곳도 없다.”

발언하는 농식품부 장관  (세종=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미국에서 &#39;광우병&#39;으로 의심되는 암소 1마리가 발견된 것으로 확인돼 1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열린 긴급 대책회의에서 김영록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2017.7.19   cityboy@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발언하는 농식품부 장관 (세종=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미국에서 &#39;광우병&#39;으로 의심되는 암소 1마리가 발견된 것으로 확인돼 1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열린 긴급 대책회의에서 김영록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2017.7.19 cityboy@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번엔 어떻게 대응하나?

“농식품부는 당분간 미국산 쇠고기의 현물 검사 비율을 3%에서 30%로 늘리고, 미국의 역학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대응 방향을 정하기로 했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관련 규정에 따라 미국 측이 실시한 역학조사 결과를 조속히 받을 수 있도록 미국 측과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20일에는 가축방역심의회를 개최해 미국의 BSE 발생과 관련한 현 상황을 공유하고, 추가 조치의 필요성 등에 대해 생산자 단체 및 소비자단체,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수입중단 조치를 취할 수는 있나?

“한·미 수입위생조건 부칙에 ‘국민 건강과 안전 위해 필요할 경우 수입중단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규정대로라면 수입 중단은 가능하다.”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를 많이 수입하고 있는데.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은 15만6000t으로 2015년 10만6000t보다 46.5% 늘었다. 캐나다·멕시코·중동에 이어 한국은 4위 수입국이다. 일본이 한국 다음이다. 한국만 수입중단 조치를 취하거나 과잉 대응하면 무역 마찰이 발생할 수도 있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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