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국가 정밀의료 프로젝트, 불치 암 환자에게 희망 줄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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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열홍 정밀의료 총사업단장 

정밀의료는 암 환자를 포함한 난치성 질환자들에게 장밋빛 전망과 생명 연장의 꿈을 제시한다. 하지만 이들 환자에게는 허상에 가깝다. 당장 손에는 잡히지 않는다.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 거쳐야 할 단계와 선결 과제가 많아서다. 하지만 정밀의료 기반 암 진단·치료법 개발 사업단 김열홍(사진) 단장은 정밀의료 사업이 가져올 현실적인 효과에 대해 얘기했다.

국가 프로젝트가 암부터 시작한다.
“정밀의료가 접근하기 좋다. 우선 암에서 정밀의료 모델을 잡아보자는 것이다. 암은 치료 효과가 금방 나타나고 전이·악화할 때마다 정보 획득이 가능하다. 요즘은 혈액검사로 조직 검사를 대체할 수 있는 액체생검이 가능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까.
“일반적으로 항암제를 투약하면 반응률(효과를 보이는 비율)을 평균 25% 정도로 본다. 그런데 유전적 요소를 고려해 효과적으로 투약하거나 여러 항암제 병합 투여의 효과를 밝혀내면 이를 70% 정도까지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유전자 변이에 맞는 표적 치료제를 쓰면 생존 기간이 네 배 연장되는 걸로 돼 있다. 또 효과가 없는 사람에게는 약을 쓰지 않게 돼 부작용과 사회·경제적 부담이 줄어든다. 대단한 효과다.”
당장 환자들이 체감하기엔 머나먼 얘기 아닌가.
“그렇지 않다. 사업단에서 암 환자 1만 명에 대한 유전체 데이터를 모아 진단·치료법을 개발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임상시험이 수반된다. 가령 위암·폐암·대장암 진단을 받았는데 기존 치료법으로 실패해 치료 방법이 없는 환자가 대상이 된다. 암 환자를 보는 전국 모든 대학병원·의료진에 알려 해당 환자를 모은다. 임상시험 대상이 되면 굳이 서울까지 올 필요 없이 검체만 보내면 검사 결과와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효과적인 약이 있는데도 현재 임상시험 과정에 있거나 국내 허가를 못 받은 약,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약도 쓸 수 있다. 어떤 약이 맞는 환자인지 유전자 검사로 확인하고 환자만 동의하면 얼마든지 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 환자에겐 큰 이익이다.”
그런 점에서는 정밀의료 사업이 단기적으로도 의미가 있겠다.
“더욱 효과적인 신약을 개발하는 동력도 생긴다. 가령 1만 명의 암 환자 분석 결과 어떤 새 유전자 변이가 100명 정도에서 확인됐다고 하자. 이것은 같은 비율이라도 100명 중 1명 나온 것과는 다른 문제다. 항암제를 개발하는 제약사에서 100명 중 1명은 시장성을 인정하기 힘들다. 규모가 작은 임상시험으로는 새 유전자 변이를 타깃으로 한 항암제가 평생 개발되기 힘들다는 얘기다. 또 이번 사업은 기존 치료제의 효과를 재발견하는 기회도 된다. 예전에 ‘쓸 약이 없다’고 하던 시대가 하나하나 해결되는 거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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