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램프 흔들”…한국 기자단 때문이라고?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단독 한ㆍ미 정상회담 직전 진행된 모두발언 시간, 백악관 탁자 위의 램프가 흔들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취재 경쟁이 과열되며 발생한 일이었다.

취재 경쟁에 백악관 오벌 오피스 램프 흔들려 #일부 미국 기자들 "한국 기자들 탓"이라 불평 #그러나 한국 기자단 11명에 불과해

트럼프 대통령, 취재진에 &#34;진정하세요&#34;  (워싱턴=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단독 정상회담에서 취재를 위해 들어오던 한-미 취재진에 의해 바로 옆 램프가 넘어질 뻔 하자 취재진을 향해 &#34;진정하라&#34;고 말하고 있다. 옆의 경호원이 램프를 잡고 있다. 2017.7.1  scoop@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트럼프 대통령, 취재진에 "진정하세요" (워싱턴=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단독 정상회담에서 취재를 위해 들어오던 한-미 취재진에 의해 바로 옆 램프가 넘어질 뻔 하자 취재진을 향해 "진정하라"고 말하고 있다. 옆의 경호원이 램프를 잡고 있다. 2017.7.1 scoop@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분, 진정하라. 진정하라”(Hey, fellas, easy! Fellas, easy!)고 거듭 말하며 혼란을 수습하려 애썼지만 어수선한 상황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고, 급기야 탁자 위의 램프가 흔들렸다.

트럼프 가까이 있던 경호원이 램프를 붙잡아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트럼프는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다. 탁자도 (거의) 넘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매우 우호적인 기자단이다. 신경 쓰지 말라. 탁자 하나를 잃었지만…”이라며 농담을 건넸다.

외려 짜증이 난 건 미국 기자들이었다. 몇몇 현지 기자들이 “멈추라” “여긴 백악관이야”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일부는 SNS에 “이례적으로 많은 한국 기자단이 들어와 일어난 일”이라는 불평을 쏟아냈다. NBC, ABC 방송 등은 당시 상황을 담은 영상을 방송으로 내보냈다.

뉴욕포스트는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혼란을 빚은 한국 기자들을 꾸짖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한국 언론의 대규모 파견 때문에 기자 회견단의 규모는 평소보다 컸고, 백악관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기자들이 좋은 자리를 찾아 돌아다니며 현장이 혼란스러워졌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일을 ‘한국 기자들의 경쟁’ 탓으로 돌릴 수 없다는 게 현장에 있었던 한국 기자들의 설명이다. 당시 오벌 오피스에 들어갔던 한국 기자단은 사진ㆍ카메라 기자와 취재 기자를 모두 합쳐 11명에 불과했다. 모든 언론이 들어갈 수 없었기에 일종의 대표격인 풀(pool) 기자단이 들어간 것으로, ‘대규모 파견’으로 보기 힘들다. 굳이 한국 기자들끼리 경쟁할 필요도 없던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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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비해 미국 기자단은 20~30명 규모였다. 현장에 있었던 한 기자는 “미국 기자가 파고들며 한국 카메라 기자를 밀쳐 탁자가 흔들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의 “진정하라”는 발언 또한 한국 기자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취재진 전체에게 한 말이었다는 것이 현장에 있던 이들의 의견이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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