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조직적 제보조작이라면 당 해체가 맞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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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국민의당 '문준용 폭로' 제보조작 사건이 일파만파다. 당내 진상조사단장을 맡은 김관영 의원은 어제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5월 1일 이유미의 카톡 제보를 박지원 전 대표에게 바이버 문자로 보냈다"고 말했다. 충격적인 조작 사건엔 당의 윗선이 연루됐을 가능성에 한 걸음 더 바짝 다가섰다. 문준용씨 취업 특혜 의혹은 5월 5일 언론에 공개됐고 대선 당시 당은 박지원 대표 체제였다.

물론 사건의 전모가 밝혀진 건 아니다. 김 의원은 "당시 전화기는 비서관이 갖고 있었다"고 했고, 박 전 대표는 "몰랐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조작했다는 이유미씨가 당 지도부의 지시 없이 혼자서 어마어마한 사건을 기획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쏟아지는 마당이다. 이씨는 '시킨 대로 한 죄밖에 없다'거나 '기획해 놓고 꼬리 자르기 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검찰은 이씨의 윗선 어디까지 연루돼 있는지, 단순 조작인지 아니면 당 차원의 공작인지 전모를 철저하게 밝혀야 한다. 특히 박 전 대표와 대선 후보였던 안철수 전 대표가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 규명해야 한다. 당시 선대위원장이었던 박 전 대표는 사건이 드러난 뒤에도 "나는 몰랐으며 내가 몰랐다면 안철수 후보도 몰랐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당의 내부 체계가 그토록 허술했다고 믿기 어렵다는 사람이 많다. 만약 당 차원에서 이뤄졌다면 국민의당은 해체되는 게 옳다.

유력 대선 후보를 낸 공당에서 자료까지 조작해 상대 후보를 공격했다는 건 선거 제도를 부정하는 폭거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정치적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더구나 새정치를 내세운 안 전 대표와 국민의당이다. 뼈를 깎는 자기 반성과 당 해체에 버금가는 환골탈태가 있어도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안 전 대표는 아무런 말이 없고 박 전 대표는 모르쇠다. 책임 있는 공당과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다. 안철수 전 대표는 당장 해명하고 사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