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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김상곤, 논문 표절 의혹 국민 검증 받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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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교육부 장관은 전국 1000만 명의 유치원생과 초·중·고생, 대학생의 교육을 책임진다. 4차 산업혁명의 문명사적 전환기를 맞아 국가 교육의 큰 틀을 책임진 장관의 역할은 막중하다. 초·중·고 교실 혁명을 통해 창의 융합형 인재를 키우고 고등교육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야 국가의 미래가 튼실해진다. 그런 책무를 진 교육수장은 정직해야 하고 엄격한 윤리의식과 균형감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 해맑은 아이들과 전국의 교수 앞에 설 자격이 있다.

그런데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어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그런 신뢰를 얻는 데 실패했다. 청문회 이전부터 불거진 논문 표절 의혹과 한·미 동맹 폐기 등 좌편향 및 사회주의적 발언, 외고·자사고 폐지 정책 등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지 못했다. 변명을 하거나 애매모호하게 말을 바꿔 의혹과 혼란을 더 키운 양상이다. 여당은 감싸기에 급급했고, 야당은 ‘표절 가짜 인생’ 등의 거친 말을 쏟아냈다. 이를 지켜본 학생·학부모의 심정이 어떠했겠는가.

김 후보자의 가장 큰 흠결은 무딘 윤리의식이다. 한신대에서 27년간 교수를 한 그는 당초 무더기 표절 의혹이 제기된 석·박사 논문을 포함해 5편의 논문만 자료로 제출했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이 "찾아보니 49편인데 그나마 15편은 표절이나 중복게재"라고 다그치자 김 후보자는 "총 논문 수가 30편”이라고 했다가 “40편 정도 된다”며 말을 바꿨다. 한신대가 김 후보자의 교수채용 경위와 연구업적 자료를 부실하게 제출한 사실도 드러났다. 더 많은 표절이 들통날까 봐 조직적으로 짬짜미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이유다.

그런데도 김 후보자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당시 관행에 따랐을 뿐 아무 잘못이 없다”며 야당의 재심의 요구도 거부했다. 2006년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논문 표절 논란 때 “변명 말고 당장 물러나라”고 했던 그 아닌가. 그렇게 당당하다면 제3의 기관에 논문 표절 심의를 맡기거나, 별도의 표절 청문회를 자청해 국민 검증을 받을 일이지 왜 거부하는지 의문이다. 표절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면 결코 교육장관이 될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