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조비오 신부 조카 “전두환 회고록, 광주 시민들이 다시 발포 받는 심정”

중앙일보

입력

5·18단체와 5월 유가족이 12일 ‘전두환 회고록’ 출판과 배포를 금지하는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다. 5·18기념재단은 이날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 고 조비오 신부 유족인 조영대 신부와 광주지방법원에 해당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러한 가운데, 고(故) 조비오 신부의 조카인 조영대 신부가 전 전 대통령에 대해 ‘악당’이라고 표현하며 “악마는 존재하고 그런 악마에 점유 당한 사람의 영혼에 대해서는 그런 거짓이 끊임없이 나오게 돼 있다. 그 사람이 사악한 악의 세력에 의해서 영혼이 점령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난했다.

지난 4월 출간 이후 '역사 쿠데타'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전두환 회고록』

지난 4월 출간 이후 '역사 쿠데타'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전두환 회고록』

조 신부는 이날 YTN 라디오 에 출연해 “자기들이 저지른 온갖 만행은 아무리 무슨 회고록을 낸다고 해도 감출 수 없는 것인데, 그렇게 자기들이 광주 시민들에게 무차별로 난사하고 엄청난 만행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자신들이 5ㆍ18의 희생 제물이라는 말을 하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광주 시민들이 다시 발포를 받는 심정이다”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조 신부는 전 전 대통령 회고록 출판 및 배포 가처분 신청을 하는 이유에 대해 “5·18에 대한 진상 규명을 제대로 하고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 단순히 한 개인의 감정만 가지고 하는 게 아니라 역사적 차원에서 이번에 이 회고록에 대해서 가처분 신청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 전 대통령이) 엄청난 만행을 저지르고 광주 시민들에게 발포 명령을 했던 사람으로서, 자신들의 죄상이 드러나는 게 당연히 싫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자기들의 죄를 들춰내는 조비오 사제에 대해서 ‘성직자의 탈을 쓴 새빨간 거짓말쟁이’라고 명예를 훼손시켜 가면서까지 자신의 거짓을 감추려고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조비오 신부님께서 5ㆍ18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기 위해서 위험을 무릅쓰고 여러차례 5·18 헬기 기총 소사에 대해서 양심을 갖고 증언했다”면서 “그런데 전두환 내외가 5ㆍ18 사태의 억울한 희생자라고 하니 너무나도 파렴치하다. 어떻게, 손으로 해를 어찌 가릴 수 있겠냐”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이제 나이도 그렇게 들었으니까,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진실로 회개하고, 그렇게 해서 정말로 역사와 국민 앞에서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월 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4월 20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전두환 회고록』 폐기를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사진 5·18기념재단]

5월 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4월 20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전두환 회고록』 폐기를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사진 5·18기념재단]

한편 조 신부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는 “이 민족을 위해서 하느님이 보내주신 일꾼”이라면서 “5ㆍ18과 관련해 문 대통령의 뜻이 잘 드러나 있듯이, 진상 규명이 잘 될 수 있도록 새 정부에서 정말 많이 노력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앞서 기념재단은 회고록 3권을 모두 분석해 5·18과 관련된 허위사실을 가려내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 결과, "헬기 사격은 없었다", "5·18은 '폭동' 외에 표현할 말이 없다", "광주교도소 습격은 북한의 간첩이 개입", "대검 살상 등 의도적, 무차별적 민간인 살상은 없었다", "계엄군 발포 명령은 없었다", "나는 광주사태 치유를 위한 씻김굿의 제물" 등 10여 가지 내용을 명백한 허위 사실로 판단하고, 가처분 신청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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