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일자리 추경, 목표는 좋지만 효과는 의문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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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11조2000억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이 어제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추경은 올 4월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고치인 11.2%까지 치솟는 등 인재지변(人災地變) 수준의 실업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추경의 뚜껑을 열어보니 걱정되는 부분도 적잖다. 전체 11조여원 중 직접 일자리에 관계되는 예산은 4조여원 및 지방교부금 중 일부에 불과하다. 절반 이상 예산은 인프라 구축이나 복지예산 비슷한 성격이어서 실적 할당이나 퍼주기식 예산 낭비로 흐르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이번 추경은 ‘임기 내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명’의 공약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목표는 근사하나 그간 제기된 의문에 대한 답변은 여전히 충분치 않다. 이번 추경이 추경 요건은 되는지, 경기개선 조짐이 뚜렷한 마당에 추경이 온당한지, 추경이라는 단기처방으로 일자리라는 장기목표를 건드리는 게 옳은지 같은 지적은 일단 옆으로 제껴두자. 이번 추경의 효과가 실제로 민간부문 고용 증대로 옮겨붙을지, 그리고 일회성 추경으로 한 번 뽑아놓은 공무원이 30년간 재정에 점증적인 부담을 안기지 않을까 국민 대다수는 궁금해한다.

일자리 만들기에는 왕도가 없다. 고통 분담 없는 일자리 창출은 사상누각일 뿐이다.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2000년대 초반 스스로 뼈를 깎는 ‘하르츠 개혁’을 통해 경제를 부활시켰다. 좌파 정부임에도 정권을 잃어버릴 각오를 하고 근로자의 희생과 고통 분담을 요구한 끝에 독일 경제를 다시금 반석에 올려놓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추경’은 요행히 잘 걷힌 세금을 투입해 공무원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슈뢰더처럼 몸을 던지는 치열한 개혁 정신은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낙하산 추경’이니 ‘문재인 취임 축하 추경’이니 하는 세간의 의혹을 씻어내려면 서비스산업발전법·규제프리존법 정도라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다. 규제 완화를 통해 양질의 민간기업 일자리를 확충하는 대신 ‘복지 지원’ 성격의 공공부문 일자리만 늘린다면 이는 지속 가능하지도 않고 효과를 거두기도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