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까지 얽힌 담배 94만갑 밀수 사건, 유통 경로는…

중앙일보

입력

담배 94만갑(31억원 상당)이 밀수·유통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한국에서 수출한 ‘에쎄 블랙’과 ‘에쎄 라이트’ 면세담배를 22만갑(10억원 상당)을 국내로 다시 들여온 것에 더해 수입금지된 해외 담배 72만갑(21억원 상당)도 밀수·판매했다.

담배 94만갑, 31억원 상당 밀수 #前KT&G 영업사원, 조직폭력배도 연루 #강남 유흥가, 외국인밀집지 등 판매

업자들은 담배를 밀수할 때 중국을 전진기지 삼아 인천항과 보세창고를 거쳤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온풍기·화장품인 것처럼 박스를 교체하는 ‘박스갈이’ 수법을 썼다. 밀수 담배 중에는 건강에 해로워 수입이 금지된 인도산 '오토'(OTTO)와 독일산 '아시마'(ASHIMA) 등도 포함돼있었다.

밀수담배 유통 경로


▶한국·인도·베트남
인도·베트남에서 저가담배 ‘오토’ ‘아시마’ 등 구입해 선적
KT&G 면세용 담배도 수출 가장해 중국으로 이동

▶중국
선양·쑤저우·위해 등에서 담배 보관

▶인천항
저가담배와 KT&G 면세용 담배를 온풍기, 화장품으로 가장해 수입해 보세창고로 운반

▶보세창고
담배가 든 상자를 화장품·의류인 것처럼 박스 바꿔치기해 5개 개인 물류창고로 밀반출

▶개인물류창고
수사기관 압수에 대비해 5개 개인물류창고로 옮겨 판매 준비

▶판매
추적 어려운 중국 메신저 ‘위쳇’ 등 이용
‘국정원 김사장’ 등 7개 가명과 대포폰 이용해 현금 거래로만 판매

밀수한 담배를 창고에서 옮기고 있는 업자들. [서울경찰청]

밀수한 담배를 창고에서 옮기고 있는 업자들. [서울경찰청]

범행은 보세창고 운영인과 보세사 등을 공범으로 끌어들였기에 가능했다. 창고 운영자 함모(53)씨는 이들에게 매달 수백만원을 받으면서 이들의 범행을 묵인한 혐의를 받고 있다. 창고를 관리하고 감시했어야 할 보세사 김모(43)씨도 감시를 소홀히 한 것으로 조사됐다.

들여온 담배는 주로 강남의 유흥업소와 불법 콜택시 업계에 팔렸다. 밀수한 담배 판매는 총책인 수출대행업자 김모(56)씨가 주도했다. 담배 판매점 정보를 쥐고 있던 KT&G 영업사원 김모(43)씨와 함모(43)씨 역시 유통 과정에 관여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담배 판매에는 조직폭력배 박모(44)씨 등도 가담했다고 한다.

판매는 조심스럽게 이뤄졌다. 이들은 범행이 발각돼 밀수 담배가 압수당할 것에 대비해 5개의 창고에 담배를 분산 보관했다. 또 추적이 어려운 중국 메신저 ‘위쳇’ 등을 이용하면서 현금으로만 거래하여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총책 김모씨 등은 ‘국정원 김사장’ 등 7개의 가명을 사용하며 대포폰만 쓰며 인적사항도 알 수 없도록 했다.

창고에 쌓여있는 밀수담배 [서울경찰청]

창고에 쌓여있는 밀수담배 [서울경찰청]

이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밀수를 하는 건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들은 저가담배를 한 갑당 260원가량에 사들여 최종적으로 2천500원에 팔았고, 면세담배를 약 300원에 사들여 3천원에 파는 등 약 10배 정도 이익을 챙겼다"고 설명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1일 총책 김씨 등 4명을 구속하고 1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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