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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대책에 … LNG·조선업 미소, 정유업은 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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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새 정부가 화력발전소 가동 중단 등 미세먼지 감축 관련 조치를 내놓으면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에너지 업계는 향후 추가 정책을 예의주시하며 전략 수정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석탄 화력발전소를 6월 한 달 동안 일시 가동 중단(셧다운)과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대책기구 설치를 지시했다. 장기적·통합적 관점에서 수립되는 에너지 정책 특성상 일시적 대책이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정책이 사업성을 크게 좌우하는 에너지 기업 입장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놓은 공약을 따져 보며 주판알을 굴리고 있다.

석탄 대신 가스연료 수요증가 전망 #수송용 특수선박 신규 발주도 기대 #경유 가격 오르면 물량 남아 돌 우려 #디젤차 수입업체들도 타격 불가피

노후 석탄 화력발전소 8기 셧다운 발표로 한국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16.6%를 생산하는 남동발전·동서발전 등 석탄 화력발전 4사는 당장 타격을 입게 됐다. 당진에코파워·강릉에코파워등 석탄 화력발전소 건설 승인 여부도 불투명하다.

석탄 화력발전소 가동이 중단되면 전기료가 인상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에 따르면 6월 한 달 동안 석탄 화력발전소 가동을 중단하면 680억원가량의 전기료가 추가로 든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담을 크게 늘리지 않으면서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석탄 대체재인 액화천연가스(LNG)업계는 내심 시장 활성화를 꿈꾼다. 그간 LNG는 석탄·원자력발전에 비해 연료비가 비싸 전력을 발전할 때 뒷순위였다.

포스코에너지 관계자는 “지난해 LNG 발전소 가동률이 낮았는데, 석탄 화력발전이 감소하면 상식적으로 LNG 발전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 LNG 기업 관계자도 “정부 의지가 확고한 것 같아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LNG 발전소 가동 증가는 장기적으로 조선 업계에도 호재일 수 있다. 고부가가치선으로 분류되는 LNG선 발주량이 늘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LNG 원료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국내 발전소가 LNG 발전량을 늘리면 LNG선박도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부분은 경유차 운전 중단이다. 국가에너지통계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한국 전체 에너지 소비 구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석유(48.1%)고, 이 석유의 30%를 자동차 연료로 쓴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친환경차를 보급하고 경유차 운행을 전면 중단해서 미세먼지를 줄이겠다는 공약을 후보시절 내놨다. 공약이 시행될 경우 주로 경유차를 수입해서 판매하는 일부 자동차 기업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등록된 경유차 비중은 47.9%로 휘발유차(41%)보다 많았다.

경유에 붙는 세금이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현재 휘발유가 100원일 때 경유 가격을 85원 안팎으로 관리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경유세 인상을 공약한 적은 없지만, 경유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경유세를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유 가격이 올라가서 경유 소비량이 감소하면 정유업계는 직접적 영향을 받는다. 정제 과정에서 원유의 10~15%는 경유로 나온다. 경유 소모량이 줄면 정유 업체는 남아도는 경유를 팔 만한 곳이 마땅찮아진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물류 운송의 핵심인 트럭은 대부분 경유를 사용하는데, 2030년까지 경유를 안 쓰겠다는 건 상용차를 다 없애버리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미세먼지 원인에 대한 정확한 연구조사도 부족한 데다 정부 부처간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미세먼지를 줄이자고 경유세를 올리는 정책은 너무 일차원적”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액화석유가스(LPG) 업계는 시장 확대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경유차 운행 금지의 대안으로 LPG 연료의 자동차 사용 규제가 풀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LPG차는 장애인·국가유공자·택시·렌터카 등만 이용할 수 있다. 2010년 246만대였던 LPG 차량 등록대수는 지난해 216만대로 감소했다.

이미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는 ‘LPG 연료 사용 제한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7인승 미만 일부 차량이나 1600㏄ 이하 소형차 등 일부 차종을 중심으로 차근차근 규제가 풀릴 가능성이 크다”면서 “다만 (연비가 낮고 출력이 약한) LPG차는, 상대적으로 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하는 트럭·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대체할 수 없어 미세먼지 감축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희철·윤정민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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