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스터디에 정치카톡방까지..."이번엔 잘 뽑자" 청년들의 대선 '열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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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당 대선후보 5명의 포스터 [중앙포토]

각 당 대선후보 5명의 포스터 [중앙포토]

서울의 한 사립대 학생인 심모(27)씨는 이달 초 학교 강의실을 빌려 친한 친구 3명과 모였다. 미리 준비해온 대선 후보자별 공약 자료를 꺼내 스터디를 시작했다. 일자리 공약을 두고 "이 정도 세금을 걷을 수 있을까" "일자리 문제의 본질을 모른다"는 식의 열띤 공방이 오갔다. 

 심씨는 “제대로 된 대통령을 뽑고 싶은데 혼자 모든 후보의 공약과 전력을 따져보기는 힘들어서 2시간 정도 함께 얘기하는 자리를 가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홍모(26)씨도 지난달 학교 동기들 4명과 카톡방 하나를 새로 개설했다. 방 이름은 ‘정치토론’이라고 붙였다. 홍씨는 “대선을 앞두고 정치 이야기만 할 방을 만들었다. TV토론회를 보고 회자된 내용을 주로 이야기한다”고 했다.  

큰 선거 때마다 ‘투표 무관심층’으로 불려온 20대가 다음달 9일 대선을 앞두고 ‘대선 열공’을 하고 있다. 친구들과 후보자들의 공약을 살펴보거나 TV토론 프로그램을 모두 챙겨보는 ‘기본형’부터 직접 시민 법안을 발의하는 ‘적극형’까지 방식도 다양하다. 이런 열기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대학생 전용 스마트폰 앱 에브리타임이 지난 3~6일 사용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참가자의 94.6%가 “19대 대선 투표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35.7%는 “대선 관련 정보를 직접 찾아본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20대의 대선 열공을 두고 ‘참여하면 정치가 바뀐다’는 촛불의 경험과 ‘이대로는 못살겠다’는 절박함이 버무려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김의영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촛불 집회를 주도하며 대통령 탄핵까지 이어지는 걸 보고 참여하면 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정치 효능감이 비약적으로 높아졌을 것”이라 말했다. 그는 동시에 “지금 20대는 취업난과 주거난 등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심정이 투표에 대한 열기가 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생계형 공약에 대한 20대의 관심도 높다. 대학생 김수한(27)씨가 지난달 온라인 법안 발의 사이트 ‘국회톡톡’에 올린 취업준비생보호법안은 찬성자가 1500명을 넘겼다. ‘채용시 과도한 실무평가 기간 금지’등의 내용을 담은 생활밀착형 공약에 같은 세대 '취준생'들이 공감한 결과다.  

전국 총학생회와 단과대 학생회 등 40여 개 단체가 모여 만든 대학생 대선네트워크의 이경은 대표도 “거대 담론적인 공약보다는 청년일자리와 대학 등록금, 대학생 생활비 문제 등 청년들이 관심있는 공약을 두고 대선 후보자들을 면밀히 검증하는 자리를 만들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들의 '대선열공'을 돕는 도구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청년들이 익숙한 모바일 기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중심 서비스가 대세다. 피스컬노트코리아가 제작한 ‘누드대통령’은 30여 가지 질문에 답하면 나와 맞는 후보자를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페이스북 등에서 주로 공유된다. 파운트 AI가 개발해 카카오톡에서 이용할 수 있는 ‘대선봇’은 “문재인 사드”를 키워드로 입력하면 “부정적입니다”는 답을 내놓는다.

김나한·김준영 기자 kim.na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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