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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근골격계 질환 치료 추나요법 우수성 해외서도 인정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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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좌담회추나요법 건강보험 시범사업 의미

지난 2월 정부는 한방 추나(推拿)요법 건강보험 시범사업에 돌입했다. 근골격계 환자가 전국 65개 시범기관(한방 병·의원)에서 추나요법을 받으면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추나요법은 한의사가 손이나 신체 일부분으로 관절·근육·인대를 교정해 치료하는 것을 말한다. 

지금은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효과적인 치료지만 우여곡절이 많았다. 전통의학을 되살리려는 한의계의 피땀 어린 노력이 있었다. 중앙일보는 척추신경추나의학회·대한한방병원협회와 공동으로 추나요법의 효과와 유래, 성공적인 시범사업을 위한 과제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추나요법 건강보험 시범사업의 배경에 대해 설명한다면.
남점순 한의약정책과장국민 수요가 많은 근골격계 질환 치료에 건강보험의 보장 범위를 확대하는 측면에서 시행됐다. 추나요법은 근골격계 질환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이용하는 데 부담이 있었다. 시범사업 기간 중 추나요법 종류(단순·전문·특수)에 따라 적게는 4800원, 많게는 2만6000원(한 부위 기준) 정도의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1년간 시범사업과 함께 효과성·수용성 평가 연구도 진행한다. 한의학의 표준화·과학화에 기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시범사업 의료기관 선정 기준은.
남 과장
15개 한방병원과 50개 한의원 등 전국 65개 기관에서 시범사업을 실시 중이다. 국공립, 한의대 부속 한방병원을 우선으로 지역별 인구 비율과 한방의료기관 분포를 고려했다. 척추전문병원 여부, 추나요법 실시 현황,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 현황도 선정 기준에 포함했다. 복지부 콜센터(국번 없이 129)에 연락하거나 복지부·심평원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시범사업 기관을 안내받을 수 있다.

추나요법은 어떤 치료법인가.
신병철 학회장
한의사가 손과 몸의 일부를 이용해 관절과 근육·인대를 조절하고 비뚤어진 위치를 바로잡아 체형을 교정하는 치료다. 평소 잘못된 자세나 심한 충격 등으로 뼈·관절 등이 정상 위치에서 벗어나면 뼈를 둘러싸고 있는 혈관·인대·근막 등 조직이 손상된다. 그러면 근육과 인대가 긴장해 굳어지고 혈액의 흐름이 잘 이뤄지지 않아 손상 부위가 붓고 염증이 생긴다. 이때 인체의 해부학적 위치를 바로잡아 통증을 완화한다.

현재의 추나요법이 탄생한 배경이 궁금하다.
유한길 상임고문‘추나’라는 말은 한의학 경전인 『황제내경』에 나오는 치료법인 ‘도인’ ‘안교’에서 유래했다. 명나라 문헌에 처음으로 ‘추나’라는 명칭이 등장했다. 허준 선생의 『동의보감』에도 안교·도인·안마와 같은 추나의 옛 명칭이 소개돼 있다. 조선시대에는 유교의 영향으로 홀대를 받았다. 일제시대엔 한의학 말살 정책으로 사장될 뻔했다. 1980년대 신준식 한방병원협회장과 몇몇 뜻 있는 한의사가 한의학 고서에서 사장되다시피 한 추나요법을 발견하고 연구했다. 여기에 중국의 ‘튜나요법’, 일본의 ‘정골요법’, 미국의 ‘카이로프락틱’ 등을 접목해 추나요법을 재정립했다. 결국 1994년 보건복지부가 한방치료행위로 공식 인정했고, 현재 전국 12개 한의대에서 교과목으로 가르치고 있다.

효과를 객관적으로 인정받기까지 어려운 점도 많았을 텐데.
신준식 협회장척추질환은 무조건 수술이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다. 추나요법과 한약으로 치료한다고 하면 사이비라며 손가락질하기도 했다. 근데 선친께선 한의학으로 디스크·척추관협착증을 고쳤다. 진실을 알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러다 1992년 대한추나학회가 설립된 것이 학문적 체계화를 이루는 계기가 됐다. 척추질환 치료에 반드시 필요한 고유의 수기치료법을 또다시 사장시킬 순 없었다.
해외에서도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신병철일찍이 해외에서도 한국 추나요법을 주목해 왔다. 2002년 미국 UC어바인대 의대는 커리큘럼에 추나요법을 선택과목으로 채택했다. 서양의 ‘카이로프락틱’이라는 수기요법을 밀어낼 만큼 효과를 인정받은 것이다. 2008년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주최한 세계전통의학총회에 당시 신준식 추나학회장이 초청받아 강연한 바 있다. 지난해엔 척추신경추나의학회가 세계수기의학연합회(FIMM)에 가입했다. 국가별로 한 학회만 가입돼 있다. 한국 대표인 셈이다. FIMM은 전 세계 수기의학의 표준화를 담당한다.남 과장
덧붙이자면 미국 메이요클리닉이 국내 병원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추나요법 관련 연구가 현재 진행 중이다. 추나요법 시범사업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과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카이로프락틱은 추나요법과 유사한 점이 있다. 둘의 차이는.
신준식
그리스어로 ‘카이로’는 손을, ‘프락틱’은 요법을 의미한다. 강한 충격으로 뼈를 교정하기 때문에 한국인 체형에 맞지 않는다. 퇴행성·만성질환자에겐 오히려 부담이다. 반면에 추나요법은 뼈·관절과 인대까지 정상적으로 되돌리고 경락과 기혈 소통도 원활하게 한다. 활용 범위가 폭넓다. 손상된 조직세포가 스스로 재생하도록 해 조직을 회복시키고 최대한 손상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재활치료이기도 하다. 카이로프락틱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추나요법을 더 선호해 선택과목으로 채택한 이유다.
시범사업 기간 동안 정부가 한의계에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남 과장한방이 건강보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하다. 이번 추나요법의 경우 행위 정의, 수가 개발 등 건강보험에 진입하는 절차를 그대로 거쳤다. 전문화·표준화됐고 과학적 근거가 있다는 의미다.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한방병원이 표준화된 치료를 하되 과잉진료는 경계해야 한다. 정부는 시범사업과 함께 비용 대비 효과 등에 대한 연구를 병행한다.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해야 앞으로 전 국민에게 확대될 수 있다.

추나요법의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신병철추나를 전문적으로 배운 한의사에게 받아야 한다. 우리 학회는 안전하게 시술할 수 있도록 규정에 따라 교육하고 있다. 총 126시간을 이수해야 정회원이 된다. 정규교육을 통해 배출된 정회원 수는 현재 3500명에 달한다. 추나의학회 수료증을 갖고 있는 한의사에게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다. 척추신경추나의학회 홈페이지에서 전문 의료기관의 위치·연락처를 찾아볼 수 있다. 치료 후에도 나쁜 생활습관과 자세는 고치도록 노력해야 한다.

시범사업에 대한 기대와 바람이 있다면.
신준식한의학은 수천 년 동안의 경험과 근거, 과학적 사고에 입각해 국민의 건강을 지켜온 전통의학이다. 추나요법 시범사업이 향후 약침 시술, 한약 첩약 등 우수한 한방 치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돼 부담 없이 한의학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초석이 됐으면 한다.
신병철
추나요법은 행위 정의를 하고 수가 개발 절차에 따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과한 최초의 한방치료다. 추나의 가치는 비약물·비수술 치료법이라는 데 있다. 학회 차원에서도 과잉진료가 발생하지 않도록 자정 노력을 하고 치료의 표준화에 계속 힘쓰겠다.

유 고문
추나요법의 건강보험 적용은 궁극적으로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 기여할 거라고 생각한다. 근골격계 질환들이 서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추나요법이 활성화돼 국민 의료비를 최대한 줄일 수 있길 기대한다.

남 과장
우리나라 근골격계 환자는 1300만 명이 넘는다. 국민 4명 중 1명꼴이다. 통계를 보면 척추측만증 환자 중 10대가 가장 많다. 10대 때의 근골격계 문제는 청장년이 됐을 때 건강 문제를 야기한다. 추나요법 건강보험 적용은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추나요법이 건강보험에 진입하는 것은 건강보험의 터닝포인트다. 국민이 적은 부담으로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시범사업을 거쳐 전면 적용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

진행·글=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박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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