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죄는 Fed, 북한 미사일 도발 … 외환시장 ‘혼돈의 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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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외환시장이 ‘혼돈의 봄’을 맞았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8.8원 하락한 1133.2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화 값 달러당 1133원, 약세 전환 #외국인 증시서 930억원 순매도 #“대내외 변수 많아 8월 돼야 안정”

달러 대비 원화 값이 1130원대로 떨어진 건 지난달 17일 1130.9원을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원화가치가 치솟기만 했던 지난달 말과는 분위기가 정반대다. 달러당 원화가치는 지난 3일 1115.3원에서 4일 1121.9원, 5일 1124.4원으로 하락하기 시작하더니 이날 1130원 선까지 내줬다.

자료 : 한국거래소

자료 : 한국거래소

국내 외환시장을 뒤흔든 건 미국이다. 민경원 NH선물 연구원은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안전 자산 선호 현상으로 원화가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며 “특히 북한 미사일 발사에 미국 정부가 강경한 입장을 표명하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됐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며 던진 “모든 선택지를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는 발언이 외환시장에 충격을 줬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원화 절상이 빠른 속도로 이뤄졌는데 이에 대한 ‘되돌림 현상’ 성격도 있다”며 “호주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동결로 아시아 통화가 약세를 보였는데 원화 역시 그 영향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일본 100엔당 원화 값(재정환율 기준)은 1025.38원으로 하루 새 9.34원 급락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 하루에만 국내 주식 930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순매도) 원화 값이 떨어지는 데 일조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도 원화가치 하락에 가속도를 붙였다. 전승지 삼성선물 책임연구위원은 “공개된 지난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의사록이 ‘비둘기파(통화정책 완화)’적으로 해석되긴 했지만 미 Fed의 자산 축소에 대한 우려와 긍정적인 미 경제지표로 미 달러는 주요 통화에 강보합세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Fed는 5일(현지시각) 자산 축소를 시사했다. Fed는 그동안 채권이나 주택담보부증권을 직접 사들이는 방식으로 현금을 뿌려왔다. Fed는 앞으로 이 규모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양적완화 중단→기준금리 인상→채권 매입(자산) 축소’ 수순을 예정대로 밟아나가겠다는 Fed의 로드맵은 달러화 몸값을 다시 올려놨다.

국내 외환시장의 혼란은 당분간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미·중 정상회담, 미 환율보고서 발표, 한국 대통령 선거까지 시장을 흔들 재료가 이달과 다음달에 걸쳐 줄줄이 대기 중이다.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원은 “미·중 정상회담과 미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결과가 나오는 이후까지는 원화가치 변동성이 이어지는 장세는 불가피하다”며 “국내 외환시장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미 Fed의 통화정책, 대북 위험, 트럼프 통상 압박 정책과 재정정책 현실화 가능성 등 모두가 방향성이 모호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이런 변수가 어느 정도 정리되는 7~8월까지 외환시장이 안정을 찾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 상반기 내내 원화가치는 대내외 이슈에 따라 급변동을 반복할 전망”이라며 “다만 그 진폭은 1100원대에서 1140원대 사이를 벗어나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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