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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에 세월호 3주기 묵상, 하나님은 탄핵되어야 하는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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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활절은 4월16일이다. 세월호 참사 3주기와 겹치는 날이다. 기독교계 일각에서는 “이번 부활절의 가장 큰 설교는 하나님이 4월16일을 부활절로 만들어 주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4일 간담회를 열고 2017년 부활절 주제를 발표했다. 부활 이전에 예수가 겪은 수난 기간인 사순절과 부활절 당일의 주제가 바뀐다. NCCK 김영주 총무는 “지금까지는 개신교계 진보와 보수 진영이 부활절을 맞아 어떻게 연합 예배를 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다 보니 메시지보다 교단장들이 나와서 인사하는 행사에 무게가 실리는 측면이 있었다. 올해는 부활절의 메시지를 중심에 두기로 했다. 그래서 사순절 기간의 주제는 ‘예수는 여기 계시지 않다’가 되고, 부활절 당일에는 ‘예수가 여기 계시다!’로 주제가 바뀐다”고 말했다.

NCCK 김영주 총무는 "올해 부활절과 세월호 참사 3주기가 겹친다. 그 자체가 우리에게 던지는 설교이자 메시지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NCCK 김영주 총무는 "올해 부활절과 세월호 참사 3주기가 겹친다. 그 자체가 우리에게 던지는 설교이자 메시지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NCCK는 사순절 5주 동안 고난의 현장을 찾아간다. 경기 안산의 세월호 분향소에서 목회자 금식기도회를 갖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소녀상을 찾고, 경주 방폐장에서 영광의 원전으로 이어지는 생명과 평화의 도보순례도 한다.
 부활절 당일에는 ‘4ㆍ16 가족과 함께 하는 부활절연합예배’를 안산 세월호 분향소에서 갖는다.

 NCCK 일치협력국장 김태현 목사는 “예수의 부활 때 시체가 보이지 않았다. 무덤을 찾아간 여인들은 갈팡질팡했다. 그때 천사가 나타나 ‘예수님은 이미 갈릴리로 가셨다’고 말했다. 부활절 주제는 여기에 대한 깊은 묵상이다. 너희도 여기 머물지 말고 가족과 함께, 모든 사람이 연대해 우울과 괴로움을 치유하고 살리라는 메시지를 살펴본다. 기독교의 부활은 극적인 변화다. 거기에 대한 묵상과 모색이 이번 부활절의 메시지다”고 설명했다.

 김영주 총무는 부활절과 세월호 3주기를 동시에 맞는 소회와 신학적 고민도 털어놓았다. “세월호 7시간 이야기하면서 우리는 ‘대통령의 7시간’을 공격한다. 동시에 우리의 내면에는 이런 물음도 올라온다. ‘그때 하나님은 어디 계셨지? 하나님은 뭘 하셨지? 그때 우리 기독교인들은 뭘 했지? 세월호에는 끼리끼리 모여서 기도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럼 하나님은 탄핵 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이게 우리의 신학적 고민이다. 그런 고민을 하는 우리에게 부활절은 ‘그분은 이미 갈릴리로 가셨다’는 구절을 내민다. 우리는 다시 묻게 된다. 이 시대의 갈릴리는 어디인가. 예수가 있는 곳은 어디인가. 그 답을 찾기 위해 고난의 현장을 찾아간다.”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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