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다 잊었나…배 불법 증개축∙과적, 해양재난 여전했다 [세월호 3654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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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목포 해경이 예부선 선장 장모(63)씨에게 검문·검색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날 목포 해경 해양안전 저해사범 특별단속반은 건설 자재를 나르는 예부선을 집중적으로 단속했다.

11일 오후 목포 해경이 예부선 선장 장모(63)씨에게 검문·검색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날 목포 해경 해양안전 저해사범 특별단속반은 건설 자재를 나르는 예부선을 집중적으로 단속했다.

지난 11일 오후 2시 전남 목포 앞바다에서 최재옥 목포해양경찰서 P-125 경비정 정장이 쌍안경에 눈을 갖다 댔다. 바다 한가운데 정박 중인 예부선을 포착한 뒤 곧바로 단속반 해경 11명에게 검문 명령을 내렸다. 단속에 동행한 기자도 예부선에 올라탔다. 풋살장만 한 갑판이 있는 1297톤급 배엔 이튿날 목포 인근 조선소에 납품할 대형 엔진 등이 적재돼 있었다. 단속반이 선장 장모(63)씨의 신원을 조회해보니 지난달 27일 발전기를 불법으로 설치한 혐의(선박안전법 위반)로 입건된 상태였다. 예인선 갑판엔 여전히 임의로 설치한 푸른색 발전기가 굉음을 내고 있었다. 강동근 목포해경 경사는 “균형에 맞게 설계된 배를 증·개축하면 복원성에 문제가 생기고 화재 위험도 크다”고 설명했다.

목포 해경은 지난달 1일부터 해상 과적·과승, 음주 운항, 불법 증·개축 선박을 특별 단속하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던 진도 해상도 목포 해경 관할이다. 단속을 지휘한 최 정장은 “연안에 대불 산업단지나 해경 서부 정비창 등 건설 현장이 많은데 이곳으로 화물을 나르는 예부선에서 사고가 종종 발생해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11일 오후 목포 앞바다에서 최재옥 목포해경 P-125 경비정 정장이 단속반에게 예부선 검문·검색 지시를 내리고 있다. 목포 해경은 지난달 1일부터 해양안전 저해사범 특별단속을 실시 중이다. 과적·과승, 음주운항, 불법 증·개축 등이 단속 대상이다.

11일 오후 목포 앞바다에서 최재옥 목포해경 P-125 경비정 정장이 단속반에게 예부선 검문·검색 지시를 내리고 있다. 목포 해경은 지난달 1일부터 해양안전 저해사범 특별단속을 실시 중이다. 과적·과승, 음주운항, 불법 증·개축 등이 단속 대상이다.

40여분간 검문·검색을 한 뒤 경비정에 복귀한 최 정장이 연안을 항해하는 4000톤급 화물선을 가리켰다. 최 정장은 “저 배도 과승으로 단속된 적이 있다. 화물선엔 화물차만 싣고 차주는 여객선 등으로 이동해야 하지만 비용을 절감하려는 차주의 무단 승선을 선사가 눈감아주는 관행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월 전남 완도 앞바다에서 5900톤급 화물선과 9000톤급 LNG 운반선이 충돌해 77명이 구조됐던 사고 당시에도 11명이 초과 승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세월호 참사 뒤 10년이 지났지만 해양·선박 인재(人災)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행정안전부가 펴낸 재난연감에 따르면, 2014~2022년 ‘사회 재난’으로 분류된 해양·선박사고는 모두 20건 발생했다. 연평균 2.2번꼴로 발생한 셈이다. 사회 재난은 해양사고는 물론 항공기 추락 사고, 화재·폭발 등 대규모 인명·재산 피해를 낳은 사고를 말한다. 이를 포함한 전체 해양 사고 역시 2016년 2307건에서 지난해 3092건으로 많이 증가했다.

지난 2017년 3월 31일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 해역서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 모습. 올 2월 심해수색 전문업체인 미국 오션 인피니티사가 촬영한 사진이다. 사진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가족대책위 제공

지난 2017년 3월 31일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 해역서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 모습. 올 2월 심해수색 전문업체인 미국 오션 인피니티사가 촬영한 사진이다. 사진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가족대책위 제공

대표적인 사례는 2017년 3월31일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 가운데서 침몰한 철광석 운반선 스텔라데이지호 사고다. 길이 312m, 26만톤급의 초대형 선박은 약 5분 만에 완전히 가라앉은 것으로 추정된다. 해경과 중앙해양안전심판원 등 조사 결과, 선령 25년에 달했던 이 배는 2010년에 이미 폐선 대상으로 분류됐고 선체 바닥과 평형수 탱크도 부식된 상태였다. 선원들이 몇 차례 문제를 제기했지만 회사는 출항을 강행했고 결국 선원 24명 중 한국인 8명을 포함해 22명이 실종됐다. 지난 2월 법원은 김완중 폴라리스쉬핑 대표에게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금고 3년형을 선고하면서 “스텔라데이지호가 적시에 제대로 수리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선박 안전보다 영업이익을 우선시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로부터 약 7개월 뒤 일어난 오룡호 침몰 사고도 마찬가지다. 명태 어선이었던 오룡호는 2014년 12월 1일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침몰했다. 승선원 60명 중 7명을 제외하고 53명이 사망·실종됐다. 부산해양경비안전서와 검찰 등 조사에 따르면, 사고 당시 의무 승선 선원이 채워지지 않았고, 선장 등 핵심 선원 4명의 자격도 법정 기준에 못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선령 32년의 노후한 상태로 수입된 오룡호는 배 끝쪽 어획물 창고까지 무리하게 증축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재난연감에 따르면 육상교통사고 등을 포함한 전체 사회 재난은 세월호 이후 171건이 발생했다. 사망자도 646명에 달한다.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29명 사망), 2020년 경기 이천 물류창고 공사 현장 화재(38명 사망), 지난해 오송 지하차도 참사(14명 사망) 등 대부분의 사고 배경엔 인재 요소가 있었다. 비상구와 방화문이 제역할을 하지 못하거나, 비용 절감 때문에 안전 규정을 지키지 않았던 탓이다.

대형 참사가 터질 때마다 책임자 처벌과 법·제도에 매몰돼 근본적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전 불감증’ 사회가 바뀌지 않는 한 사회 재난, 인재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단 것이다. 정상만 한국재난안전기술원장은 “선진국은 사후 대처보다 사전 대비가 경제적으로 이득이라는 인식을 갖고 재난에 접근한다”며 “미국이 최근 볼티모어 교량 붕괴 등 재난 상황에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이유도 생명을 최우선한 대피령 등 사전 대응 덕분이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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