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탁 아이디어···대구대학교 버스 종점의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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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산시 대구대학교 정문 앞 승강장은 708번과 808번, 급행 5번 등 7개 도심 버스가 한 번에 몰리는 종점이다. 버스가 회차하는 종점으로 하루 수백 대의 버스가 오간다.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가 버스 여러 대를 타고 내리는 위험한 모습이 흔한 곳이다.

선 하나 그으니 질서가 생겼다

그런데 이 '위험한' 대구대 버스 종점이 최근 '안전하고 평화롭게' 변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안전하고 평화로워진 종점이라는 동영상까지 뜰 정도다.

변신을 이끈 것은 학생들의 작은 아이디어 하나. 바닥에 '선 긋기'였다. 지난 학기 버스를 이용하는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버스 승강장 바닥에 버스 노선 번호가 적힌 종이를 붙이고 한 줄 서기를 유도했다. 그랬더니 무질서하게 버스로 뛰어들던 학생들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하지만 임시로 붙인 종이로는 질서를 정착시키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학교가 나섰다. 지난 1일 대구대는 총학생회와 협의해 버스 승강장 바닥에선 그리기 작업을 하기로 했다. 버스 승강장은 대학 소유의 땅이어서 별도 지자체에 허락을 받을 필요도 없었다.  

학교와 학생들은 버스 번호가 쓰인 하늘색과 흰색 선을 승강장 바닥에 그었다. 그 선 위로 줄을 서 있다가 버스가 들어오면 차례차례 버스를 타는 방식을 유도한 것이다. 김선휘 대구대 총학생회장(26)은 "버스 승강장에 선을 그었더니 질서가 만들어졌다. 학생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며 "SNS에 올라오는 학생들의 개선 의견을 모니터링해 대학과 협의 후 반영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영표 대구대 학생 행복 처장은 "버스 이용 한 줄 서기가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계속될 수 있도록 시설물 보강과 캠페인을 지속해서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경산=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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