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경 스님 "명상은 종교적 믿음과 무관, 비종교인도 참여할 수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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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과 불안에서 도망치고, 회피하고, 통제하려는 노력이야말로 '병의 증상'에 불과하다."
한국명상심리상담학회 회장 인경(印鏡·61, 동방대학원대학 교수) 스님은 3일 “명상은 자신의 분노와 좌절을 치유하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한다. 명상은 본래 종교적 믿음과 무관하다. 비종교인도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다”며 현대인의 일상 속 명상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큰 규모의 명상 학술대회를 마련한다.

명상치료에 불교 수행법 접목한 인경 스님.

명상치료에 불교 수행법 접목한 인경 스님.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는 명상심리상담학회는 ‘명상’을 주제로 학술대회와 명상상담포럼을 개최한다. 22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리는 학술대회에는 박태수 제주국제명상센터장이 '심리학과 심리상담 분야에서 바라보는 명상상담', 박재용 덕성여대 교수가 '10년간 명상상담의 연구사'를 주제로 발제한다. 학술대회에 이어서 열리는 명상상담 포럼에서는 기업과 학교, 일반인 상담과 템플스테이 현장에서의 활용사례 등에 대해 발표한다.

인경 스님은 유럽과 미국에서 믿음의 대상으로서 종교가 쇠퇴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이제는 종교보다 실질적인 마음의 평화와 통찰을 얻기 위한 명상이 주목을 받고 있다”며 “미래에는 종교라는 영역이 지금과 같은 신앙의 형태로 지속하지는 않을 것이다.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한 생활양식의 일부로 명상이 종교를 대체하는 날이 오리라 본다”고 말했다.

인경 스님의 스승은 구산(1909~83) 스님이다. ‘해인사 성철-송광사 구산’으로 불리었던 선지식이다. 출가 전, 송광사에 드나들던 인경 스님은 구산 스님에게 출가의 뜻을 밝혔다. 그러자 구산 스님이 물었다. “너는 왜 출가를 하려고 하느냐, 누구를 위한 출가냐.” 인경 스님은 지금도 이 물음을 되뇐다. “왜 출가를 했는가, 누구를 위한 출가냐.”

초기불교 경전인 ‘숫타니파타’에는 “왜 출가했는가”라는 붓다의 물음에 “세속은 좁고 먼지가 난다. 들판은 광활하고 탁 트여있다. 그래서 나는 출가했다”고 답하는 대목이 있다. 현대 사회에서 ‘좁고 먼지가 나는 곳’은 각박한 개인의 내면이자 바쁜 일상이다. 인경 스님은 ‘명상’을 통해 ‘광활하고 탁 트인 곳’으로 안내하고자 한다.내면의 슬픔이나 불안에서 벗어나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출가이기 때문이다.

인경 스님은 “슬픔이나 불안도 삶의 일부다. 그걸 나 자신의 일부로서 받아들이면절로 흘러가고, 절로 사라짐을 보게 된다. 그걸 통해 기억에 담긴 파일의 실체가 ‘전기 에너지’임을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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