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심사 받으러 가는 박 전 대통령, 유일하게 남긴 말은 "어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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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여부를 심사받기 위해 30일 법원에 출석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박 전 대통령은 심경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은 채 법정으로 들어섰다.

이날 오전 10시 20분쯤 박 전 대통령을 태운 검은색 에쿠스 리무진이 서울중앙지법 4번 법정 출입구 현관에 도착했다. 차가 멈춰선지 10여 초가 지나자 박 전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남색 바지 정장 차림에 올림머리를 한 채였다. 얼굴에선 웃음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법원 건물을 잠시 둘러본 박 전 대통령은 청사에 들어설 때까지 시선을 허공에 뒀다.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 경호원 12명의 경호를 받아 차분하게 걸었다. 차에서 내린지 20여 초쯤 지나 청사 안에 미리 설치된 포토라인 부근까지 도달했지만 멈춰서지 않았다. 10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려있는 쪽에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국민께 어떤 점이 송구하냐” “뇌물 혐의 인정하냐” “세월호 인양하는 것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묵묵히 걸어갈 뿐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경호 인력이 취재 카메라 앞에 서서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을 가리면서 잠시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청와대 경호원은 바닥에 설치돼있던 마이크를 발로 건드리기도 했다. “비켜달라”는 항의의 목소리와 카메라 셔터 소리가 한데 뒤엉켰다.

4번 법정 출입구 앞에 설치된 보안검색대에 다다르자 박 전 대통령은 경호원에게 ”어디…“라고 물었다. 경호원이 손짓으로 안내했고 박 전 대통령은 계단 쪽으로 몸을 돌려 법정으로 향했다. 박 전 대통령이 구속 여부를 판단받기 전에 남긴 유일한 말이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의 자택 앞에는 오전 7시쯤부터 지지가 300여 명이 모였다. 이 중 120명 정도는 자택 앞에서 밤을 새웠다.  대부분 손에 태극기를 들고 있었고 “탄핵 무효! 원천 무효! 영장 기각! 구속 결사 반대!” 등의 구호를 외쳤다. 오전 7시 10분쯤엔 박 전 대통령의 ‘올림머리 전담 미용사’로 알려진 정송주씨 자매가 자택에 들어갔다가 오전 8시 30분쯤 다시 나오기도 했다.

영장실질심사를 1시간 앞둔 오전 9시 30분쯤 박 전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과 부인 서향희 변호사, 친박계 의원들인 최경환ㆍ윤상현ㆍ조원진 의원 등이 자택을 찾았다.

박 전 대통령이 떠나자 지지자들은 길가에서 울부짖으며 배웅했다. 박 전 대통령은 앞서 검찰 소환 때와 같이 차량 유리창에 손을 갖다대고 흔들어 이에 답했다. 이후 지지자들은 지하철과 자신들이 준비한 차량을 이용해 서초동으로 대거 이동했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부분 삼성동에 집결해서 인지 서울중앙지법 주변은 오전동안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였다. 오전 8시 30분쯤엔 10여명만이 모여 있었고 서울중앙지법 정문 앞 삼거리 쪽에도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삼성동을 떠난 뒤 지지자들이 서초동으로 합류하며 인원은 조금 더 늘었다. 오전 11시쯤엔 100여명이 중앙지검 서문 쪽에 모였다.

김선미ㆍ문현경ㆍ송승환ㆍ하준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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