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매체 버즈피드 ‘나만의 커피’로 새 수익모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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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나만의 커피 원두'를 제작해 배달합니다."

콘텐트 활용해 본격 인터넷 판매 #설문으로 독자별 맞춤형 상품 파악

미국의 온라인 매체인 버즈피드가 '맞춤형 커피 원두'를 판매하며 'C2C'(Content to Customer,컨텐트·소비자) 시장을 본격 개척하기 시작했다. 그간 국내외 언론사들이 소규모로 쇼핑몰을 운영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그러나 버즈피드의 이번 원두 판매는 독자들이 버즈피드의 콘텐트를 이용하면서 자연스레 주문ㆍ결제까지 유도하는 것이 특징이다. 구독료와 시청료 외에는 마땅한 수익 모델이 없어 고민하는 언론사들에게 새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버즈피드는 '테이스티 샵'이라는 홈페이지에서 커피 원두에 대한 선주문을 받고 있다. '당신과 제일 잘 어울리는 커피를 찾아보세요'라는 문구를 클릭하면 본격적인 설문 조사가 시작된다. ^카페인의 양 ^레몬ㆍ사과ㆍ바나나 중 좋아하는 과일 ^와인ㆍ맥주ㆍ칵테일 중 선호하는 술 ^설탕ㆍ우유를 커피에 넣는지 ^오전ㆍ근무 중ㆍ주말 등 언제 주로 커피를 마시는지 등을 선택하게 한다.

버즈피드는 이런 설문을 바탕으로 자신에게 알맞는 원두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카페인을 끼고 살고, 와인을 좋아하며, 우유ㆍ설탕을 넣어서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고 응답하면 페루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지역에서 재배해서 혼합한 원두를 추천한다 .원두 케이스에는 'SUNNY'S AM FUEL'(써니의 아침 연료)처럼 사용자의 이름을 토대로 지은 이름을 프린트해 주기도 한다. 원두 가격은 20달러(약 2만2000원)고 미국 내 배송료는 5달러(5600원) 정도다. 버즈피드는 20일부터 본격적인 배송에 들어갈 예정이다.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 커피 프랜차이즈로 유명한 '브루클린 로스팅 컴퍼니'가 원두 상품 관리와 배송에 관여한다. 유명 프랜차이즈와의 콜라보레이션(협업)을 통해 보다 좋은 품질의 상품을 구할 수 있을뿐 아니라 고객들의 버즈피드와 원두 제품에 대한 신뢰도도 향상시킬 수 있다.

버즈피드의 새로운 도전은 '테이스티'라는 버즈피드의 요리 전문 페이지가 있기에 가능했다. 2015년 버즈피드가 하위 브랜드로 만든 테이스티는 세계 각국의 음식을 먹음직스럽게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소셜미디에서의 테이스티의 인기는 버즈피드를 이미 뛰어넘었다. 페이스북에서 버즈피드의 팔로어는 960만 명이지만 테이스티의 팔로어는 8300만명에 이른다. 테이스티 가정용(1600만명), 테이스티 스페인(1570만명), 테이스티 일본(270만명) 등 각종 후속 채널들도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12월 버즈피드는 테이스티가 소개한 레시피 중 원하는 부분만 선택해서 책으로 만들어주는 '맞춤형 요리책' 상품을 35달러(3만9000원)에 내놓기도 했다. 자사가 만드는 콘텐트를 수익으로 연결시키는 'C2C'의 첫 성공 모델이다. 이번 '맞춤형 원두' 판매는 여기서 더 나아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원두를 선정, 배달해주는 방식이다.

버즈피드는 2014년 뉴욕타임스(NYT)가 내부 혁신보고서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매체'로 꼽을만큼 성장 속도가 무서운 온라인 매체다. 2006년에 시작해 역사가 짧지만, 전통 언론사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접근했다. 버즈피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기 9일 전 전직 영국 정보요원이 작성한 트럼프 문건을 보도해 논란이 됐다. 동시에 '두고두고 생각나는 디즈니 만화 패러디'와 '유행하는 건강한 음식의 진실'과 같은 연성 콘텐트도 올린다. '똑똑한 사람이 좋아하는 10가지 농담', '아이폰으로 사진 잘찍는 15가지 비법'과 같은 '리스티클'(리스트와 아티클의 합성어) 기사를 광고에 접목시키기도 했다. 기업과 관련된 내용을 기사에 자연스레 녹이는 '네이티브 광고' 상품도 버즈피드가 주도하고 있다.

버즈피드의 기업가치는 2014년 8억5000만 달러(약 9600억원)에서 2016년 17억 달러(약 1조9200억원)로 뛰어 NYT의 시가총액(18억8000달러)과 비슷해졌다. 2014년 버즈피드의 월 평균 방문자수가 7600만 명으로 NYT(5700만 명)를 뛰어넘었으며 2016년에는 2억5000만 명까지 늘어 NYT(7000만 명)와의 격차를 더 벌렸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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