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리언(딸)이 춤추면서 들어왔을 때까지만 해도 어떻게 사태를 진정시켜보려고 했다. 하지만 아들 제임스까지 들어오자 앵커가 얼른 끊어줬으면 하는 생각 뿐이었다.”
아내·자녀들과 함께 BBC 후속 인터뷰 출연 #"딸이 생일파티한 날이라 특히 흥에 겨워" #인종주의 논란엔 "그냥 재밌게 즐겨줬으면" #
영국 BBC뉴스와의 화상 인터뷰 중 아이들의 난입 사태로 전 세계적인 화제를 끈 로버트 켈리 부산대 교수(정치외교학)가 다시 BBC 인터뷰에 응해 방송사고 후일담을 들려줬다.
켈리 교수는 15일 BBC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영상에서 “보통 화상 인터뷰 때 서재 문을 잠궈두는데 그날 하필 깜빡했다. 스크린을 통해 내쪽 모습이 보이는데 매리언이 비치는 순간 아차 싶었다”고 했다. 노란 옷을 입은 매리언은 춤을 추듯 으쓱거리며 등장해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심각하게 해설 중인 아버지를 제치고 세계인의 눈을 사로잡았다.
아내 김정아씨, 매리언·제임스와 약 10분 가량 인터뷰에 응한 켈리 교수는 “이날 딸이 특히 흥에 겨웠던 건 어린이집에서 생일파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아내 김씨의 번개 같은 대처도 화제였다. 거실에서 남편 인터뷰를 녹화 중이던 김씨는 방문이 열린 걸 알아채고 “정신이 나가버린 기분”이었다고 회고했다. 방송 신호 지연 때문에 아이들이 TV에 나오는 중이란 건 모른 채 방안에 들어가 간신히 데리고 나온 것. 좌충우돌 분위기에 켈리 교수는 체념한 듯 눈을 질끈 감았고 이 모든 상황이 어우러진 40여초 가량의 돌발영상은 15일 오전까지 7800만명 이상이 조회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켈리 교수는 사태 이후 휴대전화를 비행모드로 해야 할 정도로 유명세를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더이상 BBC가 인터뷰를 안 하려고 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이라며 웃었다.
아내 김씨를 보모로 착각한 일부 네티즌을 둘러싸고 인종 편견 논란이 벌어진 데 대해선 부부 모두 쿨한 반응이었다. 김씨는 “어쨌든 진실은 내가 보모가 어니라 엄마라는 사실이다. 여러분이 그걸로 논쟁하기보다 그냥 즐겨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켈리 교수는 지난 10일 문제의 인터뷰 때 돌발상황에도 불구하고 의자에 앉아만 있어 항간에선 ‘하의는 잠옷이 아니었나’하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켈리 교수는 “이런 편한 바지차림이었다”며 다리를 들어 보여줘 소탈한 면모를 과시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